1975∼1987년 미국 의회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1914∼2004)의 말이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그를 의회도서관장 후보로 지명하자 의회는 논쟁 없이 동의했다. 퓰리처상, 전미(全美)도서상을 수상한 저술가이기도 했던 그는 의회도서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낸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바벨의 도서관’에서 말한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우주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으로 보았던 보르헤스는 1955년 관장으로 임명됐을 때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장서 80만 권을 보유한 도서관의 최고 책임자이면서 자기 눈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처지를 그는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神)의 놀라운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그런 보르헤스에게 1964년부터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10대 소년 알베르토 망겔은 나중에 ‘독서의 역사’, ‘밤의 도서관’ 등 여러 저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이끌었다.
중국 국가도서관 역대 관장 중에서는 ‘국보급 학자’ 런지위(任繼愈·1916∼2009)가 유명했다. 마오쩌둥은 그를 봉모인각(鳳毛麟角), 봉황의 깃털과 기린의 뿔처럼 세상에 드문 빼어난 인물이라 평했다. 중국사상사 분야의 탁월한 학자였던 그가 별세했을 때,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국가도서관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대만 국가도서관 초대 관장 장푸충(蔣復U·1898∼1990)은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대에서 도서관학을 공부한 뒤, 중국 문헌학을 연구하며 도서관계에서 일했다. 그는 대륙의 국가도서관에서 일할 때 전란 속에서 귀중한 전적(典籍)을 지켜내는 데 헌신했다. 대만에서는 국립고궁박물원 원장도 지냈다.
우리나라 국회도서관장직은 원내 제2당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여야 나눠먹기 자리’ 중 하나였다. 2014년 처음으로 정치권 바깥 전문가를 추천 선임하였고, 2016년에는 추천권 행사 없이 공모 선임키로 하였다. 나아가 중립적인 선임 제도를 법제화하면 좋겠다. 국립중앙도서관장직도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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