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음식을 소개해온 리틀 사이공. 당시에는 쌀국수가 지금처럼 흔한 음식도 아니었고 쌀국수 전문점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이라 아주 이국적인 곳으로 기억한다. 호주 유학 시절 우연히 맛본 쌀국수에 빠진 박형상 대표는 이후 베트남에 직접 가 본토의 맛을 찾았고,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사람들을 하나둘씩 접하며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20여 가지 고기와 뼈에 한약재까지 충분히 우려내는 정성과 베트남고추를 충북에서 재배하는 노력까지 더하며 리틀 사이공은 점차 자리를 잡았다. 이후 쌀국수는 해장 음식으로, 다이어트 음식으로 유행처럼 번졌고 여기저기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대중화에는 무엇보다 프랜차이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가 널리 퍼진 현재까지도 리틀 사이공은 고집스럽게 직영점만 고수한다. 그 이유는 맛의 유지 때문. 좋은 재료를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양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국물 낼 때 쓰는 고기나 뼈의 양을 조금 줄이면 원가 부분에서 이익이 커지지만 맛이 달라지므로 재료의 퀄리티뿐 아니라 직영점을 수시로 돌며 재료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양을 체크한다.
나의 오랜 단골집인 리틀 사이공은 여름이면 쌀국수 말고 다른 메뉴가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땀나는 여름, 뜨거운 쌀국수도 좋지만 비빔국수에 해당하는 분보싸오는 입맛을 되찾아준다. 달콤상큼한 소스를 넉넉히 뿌리고 쓱쓱 비벼 한 그릇 먹고 나면 3일은 정신이 말짱할 것 같은 기분이다. 임신했을 때 8월 한 달 내내 분보싸오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모른다. 꼼징능주 역시 소스가 묵직하게 기본을 잡아주는 볶음밥이다. 돼지고기, 새우, 채소가 들어가는데 특제 소스가 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집에서 이 맛을 내려고 별 양념을 다 써봤지만 나지 않는다. 리틀 사이공의 자부심은 좋은 재료를 충분히 써서 푹 고아내는 국물과 다른 식당에서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비법 소스에 있다고 하니, 가서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분보싸오에 들어가는 소스 및 쌀국수용 소스도 직접 만들고 있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충분히 튀겨서 속까지 기름이 배어 있는 짜조도 맛있다. 튀김 먹을 때는 건강이니 다이어트니 이런 단어는 접어두고 속까지 바삭 튀겨서 먹어야 제맛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언제 찾아가도 좋다. ADD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56길 47(가로수길점) TEL 02-518-9051
김지영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홍보대행사 함샤우트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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