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를 강타한 신흥 베스트셀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교보문고, 예스24 등 전국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세계사)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한 달여 만에 1위에 안착했다. 역사 분야의 도서가 1위에 오른 것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이후 처음인 만큼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의 인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 콘텐츠는 지난 1996년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 때 이미 한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현재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과 닮았다. 무려 2,077책(冊)의 조선왕조실록을 한 권으로 담아내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러나 본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두 책의 차이는 명확해진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교과서적인 개론서의 형식을 띤다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최근 독자들의 까다로운 취향과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의 27대 임금의 성격과 후대의 평가에 초점을 맞추어 당대 주요 사건과 연결 지었다. 세종을 ‘위대한 호랑이.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임금’, 선조를 ‘도망간 고양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임금’ 등으로 표현한 인물 중심 스토리텔링식 구성은 독자들의 머릿속에 전체적인 맥락이 잡히고 그림이 그려지게 한다.
또한 실록에 등장하는 왕의 목소리를 현대어로 풀어써 당시의 정책과 주요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물론 스토리텔링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저자의 입담이다. 쉽고 재미있게 한국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한 설민석 강사의 재치 있는 말투가 책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런가 하면 왕의 성격을 살린 일러스트와 챕터별 마인드맵, 계보도 등 적재적소에 실려 있는 친절한 구성은 읽는 재미를 더했다. 부록으로 실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영화 목록’과 ‘한 눈으로 보는 인포그래픽’은 편집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치다. 다양한 요소들로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라는 진중한 콘텐츠와 시각적인 재미 요소들이 만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역사서가 탄생한 것이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 책의 독자층은 역사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모를 어른들까지 광범위하다. 이 책이 보여준 다양한 독자 친화적 구성이 베스트셀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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