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색채기업 팬톤이 시즌 유행 컬러로 선정했던 장밋빛 로즈쿼츠 컬러와 연한 하늘빛 세레니티 컬러는 상반기 내내 패션·메이크업 트렌드로 화제를 모았다. 이미 컬러는 국내 패션 트렌드의 핵심 요소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그동안 화려한 컬러를 입는 것이 어색해 꺼려왔더라도 이제는 용기를 낼 때다.
각 패션 브랜드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을·겨울 유행 컬러에 맞는 각종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컬러가 강조된다. 디자인의 특징은 미니멀함과 심플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컬러를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복잡한 디테일은 배제하는 것이다. 실루엣 역시 글래머러스한 라인을 뽐내기보다는 여유 있는 루즈핏과 심플함으로 편안함을 강조했다.
마이클 코어스의 러쉬메도 컬러 숄더백편안한 디자인, 튀는 컬러
트렌디한 컬러를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템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2016년 가을·겨울 팬톤이 선정한 컬러 트렌드 중에서도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리버사이드 컬러부터 시작해보자.
톤 다운된 블루 컬러인 리버사이드 색상은 흔히 우리가 입는 데님 컬러와 유사하다. 워싱이 거의 되지 않은 깔끔한 청바지를 골라보자. 여기에 에어리블루 색상의 데님셔츠를 매치하면 최근 몇 년 새 복고풍 유행을 이끌며 부상하고 있는 ‘청청패션’이 된다. 에어리블루는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의 채도가 낮은 하늘색으로, 올해 봄 유행 컬러였던 세리니티와 연결된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까 걱정된다면 안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셔츠의 단추를 풀어 아우터처럼 연출해도 좋다.
딥한 핑크 컬러인 더스티 시더는 아우터를 입지 않는 초가을 밋밋할 수 있는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더해준다. 무채색 계열의 어두운 색 상의를 착용하고, 더스티시더 컬러의 와이드 팬츠를 매치해보자. 와이드팬츠의 부드러운 실루엣과 톤다운 된 핑크 컬러가 여성적인 매력을 풍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와이드팬츠는 점점 더 실루엣이 풍성해져 이제는 거의 롱스커트에 가까운 플레어 와이드 팬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빈폴액세서리의 더스티시더 컬러 사첼백광택 느낌 있는 소재도 유행
편안한 소재와 실루엣으로 컬러에 적응했다면 새로운 소재로 실험에 나서보는 것도 좋다. 올해 가을·겨울은 선명한 컬러만큼이나 반짝이는 소재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팬톤 유행 컬러 중 하나인 샤크스킨은 광택 느낌이 있는 회색으로 은색에 더 가까우며 상어의 매끈한 피부를 연상시킨다. 전통적인 가을 컬러로 꼽히는 머스터드도 올해는 광택감이 강조돼 좀더 우아하게 표현됐다. 빛에 따라 은은하게 빛나는 실크나 벨벳 소재의 드레스나 셔츠를 입으면 톤 다운된 가을 컬러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화려해질 수 있다.
마이클 코어스의 보데이셔스 컬러 숄더백상의와 하의를 똑같은 컬러로 매치하는 것도 좀더 과감하게 컬러를 즐기는 방법이다. 다만 반짝이는 소재,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는 대신 심플한 실루엣은 잊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스타일링 원칙이다. 그래도 과해 보일까 걱정된다면 가을·겨울 시즌의 특권이라 할 만한 아우터를 걸쳐보자. 올해 유행 컬러 중 베이지 톤의 웜토프는 어느 컬러와도 조화를 잘 이루는,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기본 가을 컬러다. 화려하고 선명한 다른 컬러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그만큼 여러 색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기본 컬러인 만큼 다른 아이템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트렌치코트나 재킷 등 아우터로 선택해도 부담이 없다.
아무래도 모험에 나서기가 꺼려진다면, 혹은 반대로 더 많은 컬러를 즐기고 싶다면 액세서리로 눈을 돌려보자. 이번 시즌 유행 컬러는 채도가 낮으면서도 화려하기 때문에 가방과 신발 등을 액세서리로 활용하기 알맞다. 깊이 있는 녹색인 러시메도, 밝고 풍부한 보라색인 보데이셔스 컬러가 액세서리로 매치하기에 적당하다. 무채색 계열의 가을·겨울 의상에 이런 컬러의 미니백이나 플랫슈즈를 매치하면 부담 없이 유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이전의 버건디 컬러보다 더 부드럽고 톤다운 된 레드인 오로라레드 컬러의 립 메이크업을 더한다면 가을 여자로 거듭나는 건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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