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전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 박정환 9단 ● 조한승 9단
59기 도전 3국 13 보(130∼140)

흑 ●로 백 ○ 석 점이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백 진에 침투한 흑이 석 점까지 잡고 살아갔다면 백이 크게 망한 것 아닐까.

그러나 백에겐 잡힌 석 점의 몸값을 받아낼 계책이 이미 서 있었다. 백 32로 슬쩍 비킨 수가 박정환 9단이 준비하고 있었던 수. 흑 33이 불가피할 때 백 34로 상변 흑 다섯 점을 사실상 품에 넣었다.

흑 35로 패가 났지만 이건 백에겐 꽃놀이패여서 전혀 부담이 없다.

백 36 때 흑은 패를 따내 흑 다섯 점을 살리려 하지 않고 37로 젖혀 반격의 기회를 엿본다. 백은 여기서 패를 이을 수도 있지만 38을 선수하고 40으로 막아 중앙을 보강한 것이 정말 침착한 수. 왜 박 9단이 강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 40 대신 참고도 1로 끊으면 흑 8 때 백이 곤란하다. 기세로는 9, 10으로 나와 끊어야 하는데 흑 14까지 백 대마가 위험해진다. 따라서 백은 흑 8 때 백 대마를 돌보는 수를 둬야 하는데 여기서 흑에게 포인트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수를 다 읽고 백 40으로 지켜놓고 A로 끊는 수와 패를 잇는 수를 맞보기로 한다는 박 9단의 발상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 흑의 중앙 도발을 백이 선방한 형국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바둑#서정보#국수전#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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