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캐런 곽 “케이팝-美팝스타 조합 좋으면 연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브리트니 스피어스 새 앨범 ‘Glory’ 총괄제작 재미동포 캐런 곽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작을 제작 총괄한 한국인 2세 음반업계 거물 캐런 곽.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만난 그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배운 집념과 끈기가 내 성공의 열쇠였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작을 제작 총괄한 한국인 2세 음반업계 거물 캐런 곽.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만난 그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배운 집념과 끈기가 내 성공의 열쇠였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6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3년 만의 새 앨범 ‘Glory’(사진)를 세계에 동시 발매했다. 미국 음반업계에서 발매 전부터 ‘B9(브리트니 9집) 프로젝트’란 작전명으로 불린 이 대작의 총괄제작자는 뜻밖에 한국인 2세다.

캐런 곽(Karen Kwak). 그는 미국 음반업계에서 ‘K.K.’로 불리는 전설적 인물이다. 대학 시절 모타운레코드의 인턴으로 출발해 탁월한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투아·해당 가수와 앨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수집해 매치해주는 업무) 능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결국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수석부사장까지 지냈다. 2000년대 대표 히트곡 ‘Umbrella’(2007년)를 그가 팝스타 리애나에게 연결해준 일은 유명하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그를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만났다. 인터뷰 기록은커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없을 정도로 그는 자기 노출을 꺼린다. 한국 매체와의 첫 인터뷰였다. 현지의 거친 래퍼들과 교류해서인지 그는 터프한 흑인 스타일로 기자에게 악수를 건넸다. “아시아 여성, 한국 여성으로 미국 음반산업의 한가운데서 살아남는 것은 대단히 힘들었어요. 아버지로부터 배운 집념과 부지런함, 끈기가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 바닥’을 움직이는 흑인, 유대인, 백인 틈에서 써낸 아시아계 여성 초유의 성공 스토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부모님은 주유소에서 일하며 힘들 게 가족을 부양했어요. 제가 변호사나 교수가 되길 기대하셨죠. 하지만 USC(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졸업반이던 제가 돌연 음반업계에 투신하겠다고 하자 ‘네가 행복한 길이면 언제까지나 응원하겠다’고 해주셨어요.”

이후 그의 경력은 입지전, 그 자체다. 대학생 인턴으로 입사한 지 4년 만에 모타운레코드의 부사장이 됐다. ‘보이즈 투 멘’ 등의 A&R를 성공적으로 이끈 덕이었다. 유명 음반사 라페이스, 데프잼을 거쳐 유니버설뮤직그룹에 임원으로 입성했다. 불과 10여 년 만에 미국 음반업계 성층권에 올랐다.

그의 성공 열쇠였던 A&R를 그는 어떻게 정의할까. “음악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전략적 핵심, 음악 비즈니스의 심장이죠.”

캐런 곽은 리애나의 2007년 히트곡 ‘Umbrella’의 데모 버전(시험 녹음판)을 처음 들은 순간을 어제처럼 기억했다. “‘그 곡에 꼭 맞는 리애나라는 신인이 있다. 600만 장을 팔 자신이 있다’며 작곡가를 꼬드겼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앉아서도 전화를 걸 정도로 집요하게요.” 일종의 도박이었다. “앨범은 마법처럼 꼭 600만 장이 팔려나갔습니다.”

30년 만에 고국을 찾은 그는 이번에 박진영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음악 관계자와 비밀 만남을 가졌다. “13년 전 처음 제게 케이팝을 알려준 사람이 JYP(박진영)였어요. 저의 부친 장례식에서 원더걸스가 추모곡을 불러줄 정도로 끈끈한 사이가 됐죠. 케이팝,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미국에서 점점 커지고 있어요. 조합만 좋다면 케이팝의 누구든 미국 팝스타와 연결시킬 뜻이 있습니다.”

캐런 곽이 3년 전 유니버설뮤직그룹 부사장직을 던지고 나온 것은 일곱 살 난 딸 케일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9년 전 ‘Umbrella’를 놓친 브리트니 쪽이 이번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에게 총괄제작자 자리를 제안한 것.

“브리트니는 뛰어난 곡 해석력으로 여러 번 팝의 판도를 바꾼 여장부예요. 그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기용했습니다. 또 한 번의 ‘Umbrella’를 기대하며….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리스크를 감당해야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브리트니 스피어스#캐런 곽#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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