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가 장강명의 ‘용감한’ 행복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5년만에 신혼여행/장강명 지음/252쪽·1만3000원/한겨레출판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심이 흔들릴까 봐 정관수술을 받은 남자, 상술이 넘치는 ‘미친’ 한국의 결혼식이 싫어 혼인신고만 한 후 아내와 순댓국을 먹은 남자, 액화석유가스(LPG)통과 화기(火器) 같은 부모와 아내를 중재하는 건 쓸모없는 일이라며 명절에 본가에 혼자 가는 남자….

‘한국이 싫어서’ ‘표백’ ‘댓글부대’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인 저자가 낸 첫 에세이에는 사생활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2014년 아내와 3박 5일간 보라카이로 늦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뼈대 삼아 자신의 가치관과 일상을 녹여 냈다.

출간 전 포털 사이트에 연재한 글을 본 한 중년 남성은 저자에 대해 “골 때린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으니까. 아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와는 오랜 기간 연락을 끊었다. 집에 있는 가장 비싼 가전제품은 장모가 사준 냉장고다. 자동차도 없다. 자신의 감정, 아내와의 행복에 철저히 무게중심을 둔다.

소설 ‘호모 도미난스’가 많이 팔리지 않아 실망하면서도 영화 제작이 진행되는 것에 위안을 얻고, 머리카락을 만져주면 나른해하며, 차가운 맥주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아내가 먹다 남긴 미지근한 맥주를 군말 없이 먹는 모습에서는 평범하면서도 다정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다.

전직 동아일보 기자인 저자를 입사 때부터 봐 온 입장에서는 익숙한 그의 민얼굴을 마주한 느낌이다. 내밀한 연애사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를 철저히 따지는 살림살이까지 속속들이 알았던 건 아니지만.

기존 소설(특히 ‘한국이 싫어서’)에 저자의 캐릭터가 일정 부분 반영돼 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이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날려줄 것 같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5년만에 신혼여행#장강명#호모 도미난스#한국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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