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bowdlerize는 글에서 야비하거나 불온한 부분을 삭제한다는 뜻이다. 보들러리즘(bowdlerism)은 남의 글이 제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고치거나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다. 이 단어들의 어원은 사람 이름 토머스 ‘보들러’(1754∼1825)다. 그는 1818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외설적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삭제하여 ‘가정판 셰익스피어’를 내놓고 이렇게 말했다. “미풍양속에서 벗어난 탓에 가정에서 소리 내어 읽기 곤란한 단어와 문장은 삭제해야 마땅하다.”
문장 일부를 삭제하는 ‘가위질’에서 더 나아가 책의 출간, 판매, 열람, 소지 등을 금하는 일, 즉 금서 조치를 당한 책들은 역사적으로 부지기수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1922년)는 문예지 연재 도중 게재를 금지당했고 결국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됐다. 외설적이고 부도덕한 묘사가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에서 상당 기간 발행이 금지되었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년)은 흑인 노예 일가의 비극적인 삶을 생생하게 묘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출간 1년 만에 30만 부가 팔릴 정도였으나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노예 해방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불온시되며 판매가 금지됐고, 읽거나 지니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남북전쟁 발발 후 링컨 대통령이 스토를 백악관에서 만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검찰은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1857년)을 풍기문란 혐의로 기소했다. 결국 시 6편을 삭제해야 했고 재고 도서는 압수당했으며 보들레르와 출판사 책임자는 벌금을 내야 했다. 초판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됐으니 보들레르는 4년 뒤 신작을 여럿 추가하고 구성과 배열을 바꾼 제2판을 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문학사란 ‘금서의 문학사’에 가깝다. 이른바 세계 명작 중 상당수가 한때 금서였다. 검열과 금서는 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우리가 너나없이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어 한다면, 책을 읽을 자유는 자유의 최소한이다’(이현우, ‘책을 읽을 자유’).
존 밀턴(1608∼1674)이 ‘아레오파기티카’(박상익 역)에서 말한다. “검열이라는 교묘한 계획이 어떻게 해서 수많은 헛되고 불가능한 시도들 중 하나로 여겨지지 않는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검열을 시행하려는 이는 공원 문을 닫아 까마귀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무모한 자와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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