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뇌관에 불을 붙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 박정환 9단 ● 조한승 9단
59기 도전 3국 15 보(153∼165)

바둑은 서서히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데 ‘백 우세’가 확실하다. 그것도 비교적 큰 차의 우세다. 흑으로선 끝내기에서 따라잡는다는 건 언감생심. 뭔가 큰 거 한 건을 터뜨려 단박에 역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한승 9단도 잘 알고 있다.

흑 53은 끝내기 같지만 한 방을 노리는 수. 백도 한 방의 가능성을 두려워해 뒤로 물러서면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백 54는 정수. 흑이 한 방을 터뜨려도 그건 따로 대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흑 57 이하는 암중모색. 뇌관에 불을 붙이기 전에 원거리 탐색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흑 63이 마지막 경고장. 백이 참고도 백 1로 차단하려고 하면 진짜 한 방이 터진다. 흑 2, 4로 패. 이건 흑의 부담이 거의 없는 패라 백이 낭패를 본다. 이때도 몸을 사리지 않고 백 64로 두는 게 정수.

이제 흑도 더는 미룰 수 없다. 깐을 더 보다간 백이 한 방의 소지를 아예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 조 9단은 흑 65로 드디어 불씨를 댕겼다. 흑 ○를 살리겠다는 뜻. 박정환 9단은 예상하고 있었던 듯 놀라지 않는다. 이미 이 폭탄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계산이 선 모양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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