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제가 누구죠? (중략)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올라가겠지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될 때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인디고·2008년) 》
앨리스가 토끼굴에 떨어진 때는 언니 손을 잡고 물가에서 놀던 어느 날이다. 그림책을 보던 그녀의 눈앞에 사람 옷을 입은 흰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간다. 소녀는 허겁지겁 토끼의 뒤를 쫓다가 그만 굴속을 한참 동안 미끄러져 내려간다.
몸 크기를 줄이는 음료를 마셔 굴 바닥의 작은 문을 통과한 앨리스. 거기서 그녀는 웃는 고양이 ‘채셔’와 말하는 동물들을 만난다.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은 앨리스에게 친절하게 굴지 않는다. 키가 8cm 남짓으로 작아져 버린 그녀는 숲속에서 강아지를 만나 밟힐 뻔하고, 모자 장수에게선 “까마귀랑 책상이랑 닮은 점이 뭐지?” 따위의 수수께끼 같은 말만 듣는다.
하지만 엘리스는 이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사람과 동물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구 반대편의 도시를 거니는 여행객처럼 호기심에 차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문득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곳에서 용감하고 재치 있게 적응하는 자신을 보면서 앨리스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멋진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앨리스의 모험은 이상한 나라에 대한 책을 한 권 쓰겠다는 다짐으로 끝난다.
소설은 나온 지 두 세기가 지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토끼굴 밖의 ‘진짜 세상’에서 ‘희망처럼 사는 사람’은 드물다. 어릴 때의 진로 탐색이 미흡해서이기도 하고, 흰 토끼를 만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자기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따금씩 “그런데 제가 누구죠?”라거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만 스스로에게 던질 뿐이다. 토끼굴을 찾아갈 용기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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