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테러… 조공알바… 빗나간 팬문화 극복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5일 03시 00분


아이돌 문화의 그늘

“잠 좀 자고 싶어요.”

걸그룹 소녀시대의 리더 태연은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다.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캡처한 사진 속엔 9일 밤부터 10일 오전 6시 반까지 끊임없이 걸려온 전화번호가 빼곡했다. 이른바 ‘사생 테러’다.

아이돌은 인기를 먹고산다. 허나 그만큼 괴로운 일도 많다. 사생팬들의 일상 침범은 도를 넘어섰다. 누리꾼들이 “하드코어 아이돌 팬덤”이라 부르는 사생팬은 ‘연예인을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극성팬’을 일컫는다.

한때 동방신기 사생팬이었던 신모 씨(24·여)는 “공개방송 직후 택시를 타고 오빠들의 뒤를 쫓은 게 사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생팬도 두 부류가 있다. 아이돌 숙소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숙소파’와 하루 30만 원에 택시를 빌려 스케줄에 따라 졸졸 쫓아다니는 ‘사택(사생택시)파’. 보이그룹 ‘갓세븐’의 멤버 잭슨은 1일 중국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다 사생팬이 탄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아이돌 팬덤에서 꼽히는 또 하나의 역기능은 지나친 ‘조공 문화’다. 조공은 아이돌 문화에선 ‘팬이 연예인에게 금전적 선물을 주는 일’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아이돌 한 멤버는 명품 시계와 구두, 태블릿PC를 포함해 약 3억 원어치의 생일선물을 받아 논란을 빚었다. 최근엔 ‘연예인 조공’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요즘은 조공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조공 알바’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아이돌#사생팬#조공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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