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박덕진]간토대지진 학살, 정부는 뭘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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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0일,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일본 총리 야마모토 곤노효에 앞으로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대신 조소앙의 이름으로 발송된 공문에는 ‘천재지변의 원인을 한인(韓人)에게 전가하여 방화를 하거나… 한인이 큰길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된 것이 매일 50명이나 된다’고 써 있었다. 이 공문은 간토(關東)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일본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일본인 자경단들이 조선인에 대해 광기 어린 살인을 저지른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일본인 자경단은 죽창이나 몽둥이, 일본도 등으로 무장했다. 일부는 총기를 소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심검문을 하면서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죽어야 할 이유는 조선인이라는 것 하나뿐이었다.

일본 정부는 나중에야 유언비어를 공식 확인했지만 참극은 이미 발생한 후였다. 조선인 무차별 학살에 대한 사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도의적 책임을 진 일본인이나 기구는 전혀 없었다.

80년이 지난 2003년 8월 25일 일본변호사연합회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일본정부가 유발한 책임이 있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아직 없다. 일본 정부는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시기에 한 차례 공문으로 항의를 한 것 외에는 한국 정부가 일본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적도, 증거 수집을 한 적도, 일본 정부와 공동조사를 한 적도 없다.

올해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93주년이다. 구천을 떠돌고 있을 조선인들의 넋을 생각한다. 억울함에 몸을 떨며 아우성치고 있을 그들이다. 역사에는 시효가 없다. 93년 전 9월 간토대지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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