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취약한 ‘꼰대’를 떠올리게 하던 ‘아재’가 변신 중이다. 기성세대의 행동이나 인식을 희화화(戱畵化)한 ‘아재 개그’가 인기를 얻는 등 세대 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낱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아재’는 부모와 항렬이 같은 남자를 이른다. ‘아재비’와 한뜻이다.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일컫기도 하고, 남남끼리 나이 든 상대방 남자를 편하게 부를 때도 쓴다. 이처럼 쓰임새가 다양하지만 우리 사전에서는 그저 ‘아저씨의 낮춤말’이다. 부르는 사람은 편해도 듣는 이는 거북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줌마’와 ‘아주머니’도 아재와 닮았다. 부모와 항렬이 같은 여자를 뜻한다. 본래 둘 다 ‘고모’나 ‘이모’ 등 친족을 뜻했으나 ‘나이 든 일반 여성’을 이르는 의미로 넓어졌다. 이 중 아줌마는 비칭(卑稱)에 가깝다. 낯선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했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거나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성을 이르는 말로는 ‘여사’ ‘여사님’이 널리 쓰인다. 그러나 여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아닌데도 여사라고 부르면 오히려 놀림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노인’도 그렇다. ‘늙은이’를 대신해 입길에 오르던 이 낱말도 100세 시대를 맞아 ‘어르신’에게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언론에서는 가치중립적으로 노인을 쓰고 있지만 언중은 ‘어르신(어르신네)’을 선호한다.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부르는데 따른 거부감에다 노인이 주는 부정적인 말맛 때문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어르신이란 낱말은 자신을 지칭할 때는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아버지’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존칭의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아버님’이란 새로운 존칭어가 생겨났다. 그 결과 ‘아버지’는 평어 수준으로 낮아지고, ‘아버님’이 높임말로 자리 잡게 되었다(장영준 ‘언어 속으로’).
황혼의 배낭여행을 다룬 TV 프로 ‘꽃보다 할배’를 기억하시는지. 여기에 등장하는 할배는 누가 뭐래도 ‘할아버지를 정겹게 부르는’ 말이다. 강원·경남지역에서 쓰는 ‘할아버지’의 사투리라는 사전적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아재도 마찬가지 아닌가. 아저씨의 낮춤말로 묶어두지 말고 ‘아저씨를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를 덧붙이면 될 일이다. 요즘 아재는 ‘멋진 아저씨’란 뜻으로도 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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