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25, 27 순으로 단수하는 것이 올바르다. 순서를 바꾸면 전보에서 봤듯이 흑이 큰 낭패를 당한다. 바둑은 수순이다. 똑같은 수도 수순에 따라 묘수와 악수를 오간다. 이 바둑에서도 앞으로 수순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백 30으로 둔 뒤에는 흑 한 점을 잡아야 하는데 그전에 백 32로 끊어 응수를 물어본 것이 당시 한창 연구하던 수.
흑은 단수 당한 한 점을 죽일 수 없으니까 실전처럼 33, 35로 나가야 한다. 이때 백이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36으로 흑 한 점을 잡아 두는 것이 32부터 이어지는 수순의 묘미.
아마추어들은 참고도 백 1처럼 한 번 더 단수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그러나 기분만 좋을 뿐 실속은 거의 없는 수다. 실전처럼 더 손대지 않고 내버려둬야 뒷맛이 계속 풍부하게 남는다.
그런데 백이 손을 뺄 때 흑이 1의 곳에 막으면 중앙이 봉쇄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가’로 끊는 수 등 흑의 약점이 많아 중앙 봉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은 흑백 모두 지금 손댈 필요가 없다. 이렇게 우하 공방이 일단락되고 이젠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야 할 시기. 흑은 어디에 눈을 돌렸을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