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부모 노릇 사람 노릇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집에 개가 두 마리 있었는데 같은 시기에 새끼를 낳아 젖을 먹였다. 그런데 며칠 후 그만 어미 개 하나가 죽었다. 남은 새끼들은 젖을 빨지 못하자 낑낑거리고 신음하며 울었다. 이를 보는 사람마다 불쌍히 여겼으니, 짐승이라고 해서 사람과 다를 바가 없어서였으리라. 그러나 어떻게 구원해 줄 방법이 없었다.

조선 말기 의병장 송사 기우만(松沙 奇宇萬·1846∼1916) 선생이 지은 ‘구유설(狗乳說)’, 즉 개가 젖을 먹인 데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미 개 두 마리가 각각 새끼들을 낳아 젖을 먹였는데, 새끼를 낳다 몸이 상했는지 어느 날 그만 한쪽 어미 개가 죽었습니다.

어미를 잃고 낑낑대는 새끼들이 불쌍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사람들이 발만 동동거리고 있을 때, 남은 어미 개가 저 새끼들이 낑낑거리며 우는 것을 보더니 자기 젖 아래로 끌어다 넣고는 젖을 나누어 먹였다. 새끼는 모두 10마리였는데 젖꼭지는 8개라 다 먹일 수가 없자 앞뒤 순서를 나누어서 골고루 빠짐없이 먹였다. 집안사람이 신기해서 나에게 달려와 이를 알렸다. 매일같이 가서 들여다보았는데 매일같이 그렇게 계속하더니 끝내 그 새끼들을 다 키워 낼 수 있었다.

감동입니다. 내 새끼, 남의 새끼 할 것 없이 어린 생명은 무조건 보호하고 잘 길러야 한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 주고 실천하는 어미 개 앞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선생의 탄식입니다.

아아,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면서부터 과연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함께 받고 태어나는데 저 개는 그 본성을 잃지 않았구나(嗚呼! 人物之生, 果同五常, 而此爲不失其性者歟)! 저 인간은 가장 신령스럽다고 하면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재산을 다투고 형제끼리는 나눔에 인색하여, 그가 춥고 배고픈 걸 보면서도 마치 남의 일인 양 무심하니 이는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저 개보다도 한참 못하구나.

이때부터 선생은 밥 먹을 때마다 특별히 몇 수저씩 덜어서 어미 개에게 주셨답니다. 남의 자식을 거두어 기르기는커녕 제 자식에게조차도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하지 못하는 사람, 가족이면서 남보다도 못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반성하게 하는 글입니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자식#부모#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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