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풍선’ 타고 오빠들이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2일 03시 00분


16년만에 재결합 ‘젝스키스’ 올림픽공원 콘서트 현장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6년 만의 재결합 공연을 연 남성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커플’ ‘기억해줄래’를 비롯한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젝스키스의 팬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맞춰 입은 1만여 팬이 눈물과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6년 만의 재결합 공연을 연 남성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커플’ ‘기억해줄래’를 비롯한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젝스키스의 팬 상징색인 노란색 옷을 맞춰 입은 1만여 팬이 눈물과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마당에 노란 옷을 입고 노란 가방을 멘 30대 여성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원 체조경기장 상공에는 ‘젝스키스 ♡ 은지원 이재진 강성훈 김재덕 장수원 고지용’이라고 쓴 대형 노랑 풍선 6개가 매달렸다. 하얗고 까만 교복 대신 부담 없는 캐주얼 차림의 팬들은 대개 휴일을 맞은 30대 직장인 여성들로 보였다.

젝스키스의 콘서트는 송파구의 지난 휴일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 젝스키스 팬의 상징 색인 노랑의 물결. 16년 만이었다. 재결합한 젝스키스의 공연에는 10, 11일 하루에 1만 명씩 2만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체조경기장 객석이 꽉 찼다. 올해 초 MBC TV ‘무한도전-토토가2’에 출연하면서 그들의 스토리가 안방극장을 눈물과 웃음으로 채운 뒤 젝스키스의 컴백 준비가 시작됐다. 사업가로 전향한 고지용은 빠진 5인의 원년 멤버는 싸이, 빅뱅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콘서트 입장권은 지난달 온라인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다.

오후 5시 12분, 암전된 체조경기장 내를 1만 관객의 ‘젝키짱!’ 연호가 가득 채웠다. 공기는 캄캄한 검정이었지만 노란색 함성의 파도가 느껴졌다. 콘서트는 이들의 히트 곡 ‘Com‘ Back’으로 시작됐다. 격한 안무가 끝나고 멤버들은 무대 바닥에 탈진한 채 드러누워 한참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안녕하세요! 죽을 것 같아요!”(장수원)가 평균 연령 37.7세가 된 젝스키스의 첫 인사. 이어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커플’ ‘기억해줄래’ 같은 히트 곡이 나올 때마다 팬들의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무모한 사랑’ ‘기사도’처럼 템포가 빠른 곡의 간주 부분에는 어김없이 ‘젝키짱! 젝키짱!’ 연호가 16년 전처럼 이어졌다. 중고교생쯤의 목소리로 들리는 여성들의 ‘떼창’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그 얼굴만은 푸근해진 30대였다.

젝스키스는 이날 무대에서 신곡 ‘세 단어’를 처음 공개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프로듀스 팀 ‘퓨처바운스’가 만들어준 노래. 은지원은 “예전 활동 때는 작곡가가 (대하기) 어려운 형님이었다. 저희보다도 어린 작곡가(타블로)를 만나 처음으로 녹음이란 걸 즐기면서 해봤다”고 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멤버들은 “이번 공연은 시작이다. 내년이 20주년인 만큼 방송 출연, 신곡 발표, 공연 활동으로 계속해서 팬들을 만나겠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김재덕은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구분이 안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은지원은 “저희가 활동할 때는 음원이란 개념이 없어 (정규)앨범을 한 장씩 발표했다. 피케팅(피 튀기는 온라인 티케팅)이란 말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저희 때는 은행에 가서 공연 입장권을 구매하곤 했다”며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손, 발, 머리, 폐 다 안 좋은 것 같다. 체력이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은지원도 “오프닝 하는데 땀구멍도 오픈돼서 멈추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앙코르 곡은 1997년 데뷔 곡 ‘학원별곡’. ‘학교종이 땡 하고 울리면서/우리들의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는 19년 전 그 가사는 학교만큼이나 살벌한 경쟁 사회에 발을 디딘 30대 관객들에게 어떻게 들렸을까 궁금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젝스키스#노랑풍선#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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