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라이브 클럽 ‘벨로주’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오후 8시에 열리는 싱어송라이터 우효(본명 우효은·23)의 생애 첫 콘서트에 선착순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무려 7시간 전부터 대기 열을 만든 것이다. 인디음악 관계자들은 “인디음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라고 했다. “MBC TV ‘무한도전’에 딱 한 번만 출연하면 무조건 뜬다. 혁오보다 더…” 같은 평도 나온다. 우효 음악의 개성과 대중성 덕분이다.
2014년 데뷔한 우효는 일본에서 앨범을 1000장 넘게 팔았다. 아이돌 그룹이 아닌 한국 신인가수가 올린 판매량으로는 적지 않다. 데뷔앨범만 내놓고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간 탓에 그는 얼결에 신비주의 음악가가 됐다. 걸그룹 f(x)의 크리스탈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이 ‘요즘 가장 주목하는 음악인’으로 지목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오랜만에 귀국한 우효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서 만났다. 얼굴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의 첫 대면 인터뷰. “런던시티대에서 문화창조산업을 공부하는데 방학이라 귀국해서 첫 공연을 했어요. 런던 친구들 중에도 제가 음악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미니멀리즘과 멜랑콜리로 색칠한 테디베어 박물관 같은 우효의 세계는 무균 실험실처럼 작고 하얗다. 일곱 색깔 탁구공 같은 전자음과 멜로디가 그 방 안을 튀어 다닌다. 한입 깨물면 이상한 과일처럼 명랑하고 우울한 맛이 날 것 같은 그들 사이로 아이 같은 목소리가 고개를 내민다. ‘네 살 때 시작한 농구훈련…오빠는 말했지…날 선수로 키워보겠다고’(‘소녀감성100퍼센트’ 중)
“주로 (런던) 기숙사 방 안에서 곡을 만들어요. 우울할 땐 음악을 많이 들어요. 그러다 제 심리를 대변해주는 노래가 세상엔 없다고 느낄 때 노래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와요. 떠오른 멜로디는 모기만 한 목소리로 노트북에 녹음해요. 옆방 사람한테 시끄러울까 봐서요.”
우효는 서울에서 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애리조나, 뉴저지, 그리고 서울에서 조금씩 학창시절을 보냈다. 지금 부모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우효는 혼자 런던에 산다. “중3 때부터 곡을 썼어요. 잦은 이사로 외롭고 힘들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뭘까 찾다 보니….” 노랫말의 반은 영어, 반은 한국어다. “한국 사람들은 이해 못할 것 같은 감정이 생기면 영어로 담아요.”
7월, 그는 쓸쓸한 신곡 ‘청춘’을 발표했다. “제 청춘의 모습의 50%를 담았어요. 전 있는 힘을 다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이어서 도전하는 청춘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어차피 전업 음악가가 되는 건 힘들 테니 문화 관련 직종에서나 일해 보자”고 생각했으니 그의 데뷔앨범은 중고교 때 지은 노래를 모은 기록용 앨범쯤으로 의도됐다. 역설적이게도 그로 인해 팬덤을 가진 가수가 됐지만.
우효는 내년 봄 학교를 졸업하면 서울에 와서 자기만의 집을 갖고 음악가로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손도 작은 내가 나를 달래고 나면/가끔은 눈물이 고여’(‘청춘’ 중) 같은 우효의 노래를 좀 더 자주 공연장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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