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둔탁한 행마처럼 보이지만 교묘히 백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 백은 기세상 참고 1도 백 1로 쭉 뻗어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흑 2, 4가 놓이면 백은 대책이 없다.
조한승 9단은 고심 끝에 백 78로 상변에서 흑의 응수를 묻는다. 그 나름의 숨겨진 가시가 있는 수. 흑이 순순히 참고 2도 흑 1로 받으면 백 4로 한 점 따내는 수가 선수로 듣는다. 그러면 애초 원했던 대로 백 6으로 뻗는 수를 둘 수 있다. 이건 좌변 흑이 심하게 공격당할 모습이다.
그러나 백의 ‘변화구’ 역시 박정환 9단의 계산에 들어 있었다. 박 9단은 백 78을 무시하고 흑 79로 먼저 젖혀 좌변 흑을 사실상 수습했고, 이어 81로 상변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백 88까지 좌상 공방이 일단락됐는데 좌상 백은 여전히 100% 살지 못한 반면 흑은 걱정할 곳이 없다. 이 대목에서 흑이 실리와 두터움에서 앞서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귀중한 선수도 갖게 돼 확실히 유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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