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2013년) 중 독재정권 치하에서 혁명의 대열에 합류한 청년 의사 아마데우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악명 높은 비밀경찰을 치료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국 경찰의 목숨을 구한 아마데우는 동지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머리 속 혈관 질환 탓에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자신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아마데우는 자신의 자유와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며 살았던 인물일 것이다.
자유 의지에 관해 묻는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철학자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원작소설 저자와 같은 이다. 책은 아마데우처럼 항상 선택 앞에 서는 우리가 자유로운 의지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지침을 보여주려 한다. 저자는 책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죄와 벌’에 나오는, 전당포 노파를 죽인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에 대한 가상의 재판을 벌인다.
“제 과거 역사가 저를 노파를 죽이도록 숙고하게 만들었고, 오랜 숙고 끝에 노파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생긴 겁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제겐 없었습니다. 저는 살인을 원해야 했던 겁니다.”(라스콜리니코프)
“인간은 그러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요. 당신은 다른 가능성을 숙고하고 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소. 당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사람을 죽였으니 유죄요.”(재판관)
재판관이 라스콜리니코프의 항변을 논파하는 가운데 우리가 처한 상황, 제약, 조건은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자유로운 의지와 결정을 가능케 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선택 앞에서 우리는 숙고를 해야 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내적 간격’과 다양한 결과를 상상해 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좀 뻔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철학책치고 비교적 대중적으로 쓰인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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