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징그러운?… 아니, 아름다운 ‘벌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8일 03시 00분


◇우리와 같이 사는 벌레 친구들/유발 좀머, 바바라 테일러 지음/이선숙 옮김/64쪽·1만8000원·더드림주니어

곤충도감을 처음 보았을 때 신기했지만 계속 두고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어요. 하지만 책상에 책을 놓고 펼쳐 보니 인쇄된 벌레를 차마 볼 수가 없어 무언가로 덮어두어야만 했습니다. 날고 기고 꿈틀대다가도 재빨리 사라지기도 하는 벌레는 신기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였어요.

벌레를 좋아하게 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벌레를 보기만 해도 기함하는 까닭은 학습된 결과일 텐데요. 하지만 가끔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 작은 벌레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사는지, 왜 밤에만 더 많이 모이는지, 사람을 무는 까닭은 무언지 끝도 없는 호기심이 생겨나요. 뭐 그런저런 생각을 하기 전에 대체로 단번에 때려잡기 일쑤지만요.

해충, 익충이란 말은 철저히 사람 중심의 기준을 적용한 말입니다. 벌레들도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어요. 벌레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에게 그런 분류를 적용하는 사람들이 더 우습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책은 이런저런 벌레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작가는 그 많은 벌레가 적절히 어우러져 근사하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정성껏 연출했습니다.

우주로 날아간 무당벌레와 한 줄로만 걸어 다니는 개미들, 가짜 눈을 달고 올빼미도 놀라게 만드는 나방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이렇게 예쁜 도감이라면 늘 곁에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우리와 같이 사는 벌레 친구들#유발 좀머#바바라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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