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상과학(SF) 여류작가 하오징팡(학景芳·32)의 작품 ‘북경절첩(北京折疊)’이 7월 ‘세계 SF소설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HUGO)상의 74회 수상자(중단편소설 부문)로 선정되자 이 소설이 실린 단편 모음집 ‘고독심처(孤獨深處·사진)’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 류츠신(劉慈欣·53)이 소설 ‘삼체(三체)’로 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휴고상(장편소설 부문)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중국 SF소설의 저력이 만만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책 제목의 ‘折疊’은 ‘접다’라는 뜻이어서 번역하면 ‘접는 베이징’이란 뜻이다.
베이징은 시내 중심부터 차례로 2순환로부터 6순환로까지 5개 원형 순환로가 있다. 소설 속에서 6순환로 안쪽 베이징은 3개의 공간으로 나뉘며 차례로 지표면 위를 차지한다.
‘1공간’은 상류층 500만 명이 사는 곳으로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나타난다. 하루가 지나면 ‘1공간’에 있는 모든 건물은 바닥에 접힌 뒤 뒤집혀 밑으로 내려가고 ‘1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캡슐에서 하루를 지낸다.
‘1공간’이 뒤집혀 내려가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6시간은 이른바 중류층 2500만 명이 사는 ‘2공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8시간은 하류층 5000만 명이 사는 ‘3공간’이 차례로 지표면에 나타난다. 1, 2, 3공간이 6순환로 안쪽 베이징을 48시간 주기로 24시간, 16시간, 8시간씩 사용하는 것이다. 한 공간의 사람들이 지표면을 차지해 생활할 때 다른 두 공간은 ‘접히고’ 그곳 사람들은 캡슐 속에서 대기하다 다시 나타난다. 다른 공간으로 허가 없이 이동하는 것은 벌금 징역 등 처벌을 받는다.
SF소설답게 황당하지만 베이징의 냉엄한 현실을 트랜스포머처럼 접히는 도시로 그려냈다고 현지 언론은 표현한다.
‘3공간’의 5000만 명 중 한 명으로 20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48세 남성 주인공 다오(刀) 씨의 한 달 급여는 1만 위안(약 180만 원)이다. 다오 씨가 2공간에 있는 한 대학생의 편지를 1공간에 있는 여성에게 전달하고 다시 3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줄거리다. 다오 씨가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공간을 넘나드는 일에 나서는 것은 심부름 값 10만 위안을 벌기 위해서다.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1, 2공간을 돌아보며 자신의 공간과 얼마나 다른지 새삼 알게 된다. 2공간의 대학생은 금융자문회사 아르바이트생인데 한 달에 10만 위안, 편지를 받는 1공간의 여성은 은행장 비서로 오전에만 근무하지만 월 40만 위안을 받는다. 1공간은 쓰레기를 3공간에 보내고, 아파트 경비와 식당 종업원 등의 일은 모두 로봇이 한다.
2공간의 한 공무원 지망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1공간의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없는 현실에 “정부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처럼 정치와 현실을 비판하는 건 중국에서는 이례적이다.
데뷔 10년차인 작가 하오 씨는 이공계 최고 명문 칭화(淸華)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경영관리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방랑하는 하늘(流浪蒼穹)’ ‘먼 곳으로(去遠方)’ 등의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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