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침하돼 매년 1mm씩 기울다 지진 충격으로 일시에 20mm 기우뚱
“구조 안정위해 해체 수리” 주장도… 전국 석조문화재 20%가 ‘경계’ 등급
내진 보강-대응 매뉴얼 체계화 시급
이번 경주 지진으로 매년 1mm씩 기울던 첨성대가 20mm나 기울었다. 20년 치가 한꺼번에 기운 셈이다. 전문가들은 첨성대가 당장 붕괴될 수준은 아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석조문화재에 대한 지진 대응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첨성대는 북쪽 지반이 침하되면서 중심축이 매년 평균 1mm씩 북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20mm가 더 기운 것을 포함해 첨성대의 중심축은 224mm, 각도로는 1.2도가량 기운 상태다.
한때 붕괴 위기를 겪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최대 5.5도 경사를 버티고 있는 걸 감안하면 1.2도가 위험 수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부가 일체식 구조인 피사의 사탑과 달리 첨성대는 돌을 하나씩 쌓아올린 불연속체 구조여서 기울기로 인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분석한다. 첨성대는 강진으로 인해 최상부에 놓인 ‘井(우물 정)자’ 모양의 돌(정자석·井字石)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번 지진으로 정자석의 남동쪽 모서리가 50mm가량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첨성대는 하부 지반이 불규칙하게 내려앉으면서 석재들의 벌어짐(이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1년 발표한 ‘석조문화재 안전관리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첨성대는 정상부를 제외한 모든 단에서 평균 19mm의 이격이 발생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주 지진으로 인해 정자석 외에도 각 석재들이 1∼5mm씩 이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첨성대의 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첨성대를 해체 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2년부터 해체 수리에 들어가 8월 작업을 마친 석가탑은 이번에 지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내진설계가 작동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수리한 난간석이 이번 지진 때 내려앉은 다보탑은 새로운 부재로 교체하는 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전국 석조문화재에 대한 내진 보강과 더불어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3년 지진재해 안전성 평가에서 전국 석조문화재 152개 가운데 30개가 ‘경계’ 등급을 받았다. 한국지진공학회가 실시한 이 평가는 각 문화재를 위험, 경계, 보통, 양호, 정상 등 5등급으로 분류했는데, 위험과 경계 등급은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한 문화재들이다. 경주에서는 계측 조사 중이던 첨성대 등을 제외한 22개 석조문화재가 양호 혹은 보통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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