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든지 우선 무조건 유명해지고 볼 일일까. 유명한 이의 발언이라면 무심한 농담도 ‘함의’가 분석되는 시대이니. 10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애니시 커푸어(62·사진)의 개인전 ‘Gathering Clouds’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도의 전통적 종교 문화, 사물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서구 미니멀리즘 예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커푸어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스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90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했고 1991년에는 영국 최고 권위의 미술상인 터너 상을 받았다.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비정형적 이미지를 추구한 신작 19점을 선보인다. 비비 꼬인 삼각기둥을 형상화한 2.5m 높이의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오목하게 빚어 안쪽을 검게 칠한 거대 유리섬유 디스크 등 단순하지만 오묘한 형태의 작품이다.
일단 전시실을 찾아가 마주해 볼 만하다. 흠집 하나 찾기 어렵도록 매끄럽게 가공한 반사체와 균일하게 칠한 흑색 표면의 볼륨감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전시 개막을 앞두고 최근 한국을 찾은 그의 설명을 작품에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다.
“내가 늘 흥미로워한 것은 모든 일이 가능할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창작이 시작되는 시점의 현상이다. 그것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간을 뜻한다.”
함의보다는 재료를 가공한 기술과 비용이 궁금해진다. 배낭이나 큰 가방을 소지한 관람객은 작품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직원의 주의를 받을 거다. 어쨌든 멋진 구경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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