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얼굴에서 발하는 깊은 눈빛 ‘女心 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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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의 매력 포인트


《 산 넘어 산이다. 남성들 입장에서 그렇다. 젊은 여성들은 물론 중년층까지 상반기에는 ‘유 대위’(KBS2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란 허리케인에 ‘중병’을 앓았다. 좀 낫나 했더니 이종석에 김우빈이 몰아쳤다. 그런데 또 휘몰아쳤다. 박보검이란 태풍이. 도대체 ‘구르미 그린 달빛’(KBS2)의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매력은 뭘까. 물론 작품의 흥행이 그만의 덕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이 배우는 이리도 오글거리는 드라마를 찾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목소리, 얼굴 전문가 등의 분석을 통해 세자 저하의 번쩍이는 곤룡포를 스르륵 벗겨 봤다. 》
세자(박보검)는 어딜 향해 눈빛을 쏘는 걸까. 최근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박보검이 쏜 화살에 마음을 맞았다는 여성 시청자들이 부지기수다. KBS미디어 제공
세자(박보검)는 어딜 향해 눈빛을 쏘는 걸까. 최근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박보검이 쏜 화살에 마음을 맞았다는 여성 시청자들이 부지기수다. KBS미디어 제공
①옥음(玉音·왕의 목소리)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박보검의 목소리는 성대진동 주파수가 평균 108메가헤르츠(MHz). 외모와 달리 중저음이다. 그런데 소리발성기관인 코에서 나는 비음이 많이 반영돼 부드럽고 매끄럽다. 배 교수는 “혀를 감아 치며 발음하는 말투가 있어 상대방에게 끌림(애착)을 느끼게 만든다”고 성문을 분석했다.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의 조동욱 교수는 음폭에 주목했다. 편차가 120MHz로 적어 신뢰감을 준다. 음성분석요소도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성대 떨림(지터 1.88%)과 힘을 싣는 방식(1.10 데시벨)이 규칙적이라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다. 조 교수는 “음성이 조화롭게 들리는지 살피는 배음비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②용안(龍顔·왕의 얼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 얼굴.”(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

 박보검의 얼굴은 딱 ‘무슨 형’이라 말하기 힘들다. 두상이 각지고 턱이 뾰족해 남방계에 가깝지만, 코가 길고 입술이 얇은 북방계 특징도 지녔다. 조 소장은 “어떤 국적이라 해도 어울리는 ‘범동양적’ 스타일의 국제적 외모”라고 평가했다.

 권위적이지 않고 반듯한 인상은 요즘 가치에도 잘 부합한다. 코가 긴 편이지만 콧등이 낮고 코끝이 둥글어 친밀한 기운을 머금었다. 윗입술이 얇아 지적이면서도, 아랫입술이 두꺼워 차가워 보이지 않는다. 가는 쌍꺼풀과 얇은 피부는 여성스럽지만, 진한 눈썹의 남성성도 갖췄다. 조 소장은 “뚜렷한 생김새가 아닌데도 보는 이의 뇌를 절묘하게 자극하는 미남”이라고 말했다.

③안정(眼精·왕의 눈빛)

 “여린 듯한데도 사연 있어 보이는 눈빛.”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말이다. 소년처럼 웃지만 왠지 슬픔이 담겨 있다. 연약하지만 내적인 강단을 지녔다. 이 때문에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해맑지만 꿋꿋한 석현 역이 무척 잘 맞았다. 윤 교수는 “캐릭터 ‘선구안’이 좋고 소화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도 박보검의 강점으로 “속내에 감춘 비밀을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통 사연이 많으면 뭔가 감추는 인상을 주기 쉽다. 허나 그는 상대가 얘기를 건네고픈 기분을 전한다. 강 평론가는 “왁자지껄한 친근함이 아닌 조용히 밀담을 나누기 좋은 느낌”이라며 “tvN ‘응답하라 1988’의 택이 역시 ‘저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시청자가 먼저 다가서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④성덕(聖德·왕의 덕)


 박보검은 인성(人性)이 좋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명지대 교수인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제자’ 박보검을 “예의가 바르고 스타라고 특별 대접을 바라지도 않는다”며 “스케줄 없을 땐 출석도 열심이다”고 말했다. 올해 3학년 첫 수업 때 누가 강단에 커피를 올려놔 기분 좋게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 제자는 박보검이었다.

  ‘구르미…’의 강병택 CP는 “겸손하지만 상당한 악바리”라고 했다. 2014년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윤후 역으로 출연했을 때 주연급이 아닌데도 오케스트라 지휘 장면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것. 강 CP는 “지휘 경험이 있는 줄 착각했을 정도였다”며 “그때부터 박보검은 성공할 재목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⑤즉위(卽位·왕위에 오름)

 박보검은 김수현처럼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윤 교수) “모든 세대가 좋아할 이미지”(강 평론가) “시기가 문제일 뿐 충분히 갖춘 배우”(강 CP)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스승인 박 예술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밀한 호흡이 다소 달리고 발성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범한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잘 소화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배우로서 호흡과 발성은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고요. 그 대신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매우 훌륭합니다.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는 게 아닐까요.”(박 예술감독)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박보검#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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