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이나 창작의 ‘작(作)’에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뜻이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신(神)이나 성인(聖人)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존재들이 남긴 말씀과 기록을 해설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옛것을 풀어내되 스스로 지어내지 않는다”는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소유권 관념과 권리 의식이 확고해진 근대 이후 저작에 대한 권리라는 개념과 제도가 자리 잡았다. 1882년 지석영이 상소를 올려 저작권 제도 시행을 건의했고 1884년 ‘한성순보’에 서양의 관련 제도가 소개됐지만, 우리 땅에서 문학 창작물에 대한 경제적 급부가 제도화된 것은 오래전 일이 아니다. 이효석이 1939년에 발표한 ‘첫 고료(稿料)’에서 말한다.
‘잡지 문학의 고료의 개념이 확호하게 생긴 것은 4, 5년 전부터라고 기억한다. … 한 좌석의 술이나 만찬으로 작가의 노고를 때워버리는 원시적인 방법이 청산되고 원고의 매수를 따져 화폐로 교환하게 된 것이니, 여기에 근대적인 의의가 있고 발전이 있다.’
저작권을 가진 저자가 책 판매량에 따라 받는 저작물의 이용 대가, 즉 인세(印稅)는 우리나라에서 보통 책정가의 10%이다. 이문열, 조정래, 김진명 등이 누적 인세 수입 최상위권 작가들이다. 세계적으로는 영화 및 관련 상품 판권까지 합쳐 1조 원 이상을 번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이 손꼽힌다.
좋은 뜻으로 기부하는 ‘착한 인세’도 있다.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했던 법정 스님의 인세는 장학금을 비롯하여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였다. 피터 팬의 저자 제임스 매슈 배리(1860∼1937)는 저작권과 인세를 런던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에 기부했다. 이러한 거액 인세나 기부 뒤편에는 다른 현실이 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책 한 종의 평균 발행 부수는 1880부, 책값 평균은 1만5000원이었다. 발행 도서 대부분이 초판으로 끝나며 판매 부수가 발행 부수보다 적다고 볼 때, 인세 수입은 300만 원을 넘기 어렵다.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문학인의 연평균 문학 활동 소득은 214만 원으로 나타났다.
‘밤새워 긴 글 쓰다 지친 아침은/찬술로 목을 축여 겨우 이어가나니/한 수에 오만 원짜리 회갑 시 써달라던/그 부잣집 마누라 새삼스레 그리워라./그런 마누라 한 열대여섯 명 줄지어 왔으면 싶어라.’(서정주 ‘찬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