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가 결정타. 백 중앙의 두터움이 거의 사라졌다. 이젠 전혀 희망이 없는 백은 62로 조용히 끝낼 준비를 한다. 백 62는 원래 참고 1도 백 1로 선수하는 것이 정수. 실전 흑 63의 급소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조한승 9단이 백 62(참고 1도 백 3)를 먼저 둔 것은 여기서 바둑을 끝내 달라는 뜻이다. 즉, 돌을 던질 명분을 달라는 것.
박정환 9단도 조 9단의 뜻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주저함 없이 흑 63으로 찔러 들어간다.
이후 수순은 두 대국자가 예상한 대로다. 흑 69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행이다. 백이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흑 73 때 백이 더 둔다면 참고 2도. 이렇게 된다면 20집 이상 차이가 나는 형세가 된다. 조 9단은 돌은 거두며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3연패한 국수위가 그의 품에서 떠나는 순간이다. 당시 세계기전 LG배를 우승한 박 9단의 진격을 막기에는 그의 기세가 너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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