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형태미… 명료한 기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예술의 전당 ‘덴마크 디자인’전… 가구-조명-식기 등 200여점 선봬
북유럽 근현대 디자인 흐름 한눈에

저널리스트 출신의 조명 디자이너 포울 헤닝센이 1958년 선보인 ‘PH 콘트라스트 램프’(위쪽 사진).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한 다중 갓이 포인트다. 아래쪽은 단단한 목재를 대나무 띠로 엮어 만든 한스 베그네르의 ‘더 체어’(1949년). 예술의전당 제공
저널리스트 출신의 조명 디자이너 포울 헤닝센이 1958년 선보인 ‘PH 콘트라스트 램프’(위쪽 사진).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한 다중 갓이 포인트다. 아래쪽은 단단한 목재를 대나무 띠로 엮어 만든 한스 베그네르의 ‘더 체어’(1949년). 예술의전당 제공
 덴마크의 대표적인 가구, 조명, 은제 세공품, 식기 등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덴마크 디자인’전이 11월 2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코펜하겐 덴마크디자인뮤지엄의 협력으로 20세기 중반 이후 북유럽 근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간결한 형태미와 명료한 기능성을 겸비한 덴마크 디자인은 건축가 겸 가구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센(1902∼1971)과 카레 클린트(1888∼1954) 등의 작품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는 이 두 사람을 비롯한 덴마크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품과 함께 왕립 도자기회사 ‘로열 코펜하겐’의 19세기 생산품, 장난감 ‘레고’와 오디오 기기 ‘뱅앤올룹슨’의 초창기 제작 모델이 공개됐다.

 야콥센이 디자인해 1955년 제작한 학교 교실용 의자와 책상의 경쾌한 형태는 디자인 강국에서 태어나 공부하는 행운에 대한 부러움을 곱씹게 한다. 한스 베그네르(1914∼2007)가 고안한 야무진 만듦새의 목재 커피 테이블은 ‘저렇게 두툼하고 매끄러운 나무판에 따끈한 커피 한 잔 올려놓고 앉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 평온해지겠구나’ 하는 상상과 함께 슬며시 구매욕을 자극한다.

 베그네르의 작품 중에는 콧대 높게 ‘더 체어(The Chair)’라고 이름붙인 1949년작 의자가 특히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튀는 구석 없이 둥그스름한 형태로 마무리한 이 나무 의자는 1960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사상 첫 TV토론에서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사용해 관심을 끌었다. 이 의자에 앉아 묵묵히 토론을 준비하는 케네디의 흑백사진을 전시실에 걸어놓았다.

 더 이상 덜어낼 것 없을 듯한 심플함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유사품이 생산되고 있는 야콥센의 ‘시리즈 세븐 의자’(1955년), 조립 공정이 필요 없는 일체식 플라스틱 의자를 최초로 실현한 베르네르 판톤(1926∼1998)의 붉은색 ‘판톤 체어’ 실물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실제로 앉아볼 수는 없는데, 전시실 관리가 허술한 탓에 관람용 의자에 부모와 함께 앉아 장난치는 어린이가 종종 눈에 띄었다. 버려진 페트병과 천 조각을 재활용해 판톤 체어 형식을 재해석해 제작한 디자인업체 ‘헤이(HEY)’의 ‘리틀 노바디 체어’(2007년)는 황금기를 구가했던 20세기 덴마크 디자인의 가치관이 현대에 어떻게 이어져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5000∼1만 원. 02-580-13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예술의 전당#덴마크 디자인#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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