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를 보면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가 떠오른다. 운동회 날엔 번데기 장수가 꼭 찾아왔다. 종이를 돌돌 말아 고깔처럼 만든 간이 용기(?)에 감질나게 몇 마리 담겨 있던 번데기의 고소한 맛은 운동장에 펄럭이던 만국기를 불러낸다.
‘어른의 맛’(히라마쓰 요코 지음·조찬희 옮김·1만3800원·바다출판사)은 인생의 순간순간 만났던 맛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온 초밥에서 맛본 와사비의 코끝 찡한 맛, 어른이 돼 즐기게 된 술안주의 맛, 여름이면 생각나는 추어탕…. 작은 냄비에 두부, 바지락, 대파, 무를 넣고 끓인 음식은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니라 술을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거란다. 두 명이 마주 앉아 익은 두부나 생선을 건네주고 받는 맛이 있다고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편안히 먹는 음식은 또 하나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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