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선물 문화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선물을 받으면 바로 답례를 하는 것이 예의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도 받은 값의 반 정도를 답례해야 한다든가 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선물을 받고 바로 답례를 하면 정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바로 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상대가 답례할 때 부담이 될까 봐 일부러 값이 많이 안 나가는 물건을 고른다. 그래서 일본인이라면 매일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 선물이 무난하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손수건은 눈물을 닦는 물건이라고 선물에는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당황했다.
생활 필수품이고 값도 안 나가고 예쁘고 기념이 될 만한 선물인데 슬플 때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선물하면 안 된다니…. 손수건은 화장실에서 손을 닦는 물건이지 눈물을 닦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한국에서는 연인에게 하는 선물 중에 내의 선물이 흔하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내의를 선물하지 않는다. 한국 남자와 사귄 일본 여자가 남자에게서 내의 선물을 받고 남자 친구는 변태적인 면이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문화 차이를 모르면 오해가 생긴다.
지갑은 두 나라 다 환영하는 선물인데 한국에서는 새 지갑에 만 원짜리라도 한 장 넣어 선물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동전 지갑에 5엔짜리나 도자기 개구리 인형을 넣어 선물한다. 5엔짜리는 일본어로 ‘고엔’이라고 말하고 인연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지갑을 받고 좋은 인연이 생기길 비는 마음으로 5엔짜리를 넣는다. 개구리는 일본어로 ‘가에루’라고 읽는데, ‘돌아오다’라는 단어와 동음이의어가 된다. 지갑에서 나간 돈이 다시 돌아오길 빌어 주기 위해 개구리 인형을 넣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동음이의어로 웃겨 주거나 복을 비는 문화가 있어서 사소한 일인데도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나가사키 현에 ‘하우스텐보스’라는 곳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를 모방한 관광지다. 7, 8년 전에 거기에 갔을 때 입구에서 찾아온 손님 모두에게 작은 봉투에 5엔짜리를 넣어 선물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마 신년 인사였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5엔짜리의 의미를 생각하고 상대가 나에게 복을 빌어 주었다는 것을 기쁘게 느끼는 건데 한국인이라면 단돈 50원을 작은 봉투에 넣고 선물로 주면 엄청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 시설의 입장료는 한국 돈으로 8만 원 정도 되는데 50원 돌려준 것을 놓고 사람을 무시하느냐라는 소리가 들려올 법도 하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개똥을 밟으면 운이 붙었다고 농담한다. 일본어로 똥을 의미하는 단어에 운과 비슷한 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다. 별로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찾는 순수한 면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일본에서 이런 농담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과한 말을 밥 먹듯 했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그 같은 소식을 듣고 일본 사람들 사이에 점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크고 좋은 물건을 선물하려고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은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작은 것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두 나라의 선물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만약 집에 초대 받았을 때, 한국인이라면 고기를 사 가지고 가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는 가볍게 과일이나 과자 등 비닐봉지에 담아서 손에 들고 가는 선물을 ‘손 선물’이라고 부른다. 그런 선물을 준비해 가면 가족끼리 드시라고 말하고 드릴 때도 있다. 그 과자를 내놓을 경우엔 “가지고 오신 것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생각하니, ‘가지고 간 것을 왜 나누어 먹으려고 하지 않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맛있어 보여서 같이 먹으려고 사 가지고 왔다”고 말하고 드리기도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본에서는 내가 먹고 싶어서 사간 물건인데 맛도 보지 못한 채 그 집을 나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선물 문화의 차이임에 틀림없다. 사소하지만 그 차이 때문에 선물 문화가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