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는 의외로 가볍고 탄력이 좋은 돌이어서 공격이 쉽게 듣지 않는다. 이럴 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차라리 손 빼는 편이 낫다. 흑 55로 하변을 지킨 것이 가장 큰 곳.
그런데 이세돌 9단은 백 ○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당장 달아나는 건 체면이 서지 않으니 백 56으로 멀리서 응원한다. 하변 흑 세력의 확장을 저지하는 뜻도 있다. 그러나 백 56은 이 9단의 생각과는 달리 그답지 않게 너무 위축된 수였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백 ○는 내버려 두고 A로 귀를 지켜 실리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 하변 흑 세 역시 크게 부풀어날 모양이 아니다.
당장 흑이 57로 귀에 파고들자 실리 면에서 흑이 앞서기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흑이 좋다는 게 느낌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눈에 보인다.
흑 63까진 흔한 행마인데 백의 고민이 또 한 번 이어진다. 생각 같아서는 참고도 백 1로 좌하 흑을 계속 추궁하고 싶은데 흑 2로 귀로 붙이는 맥이 있다. 백 3으로 저항하면 4, 6의 기막힌 2차 맥이 기다린다. 그렇다면 흑 2 때 뒤로 물러서야 하는데 이건 너무 굴복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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