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이들이 모였다. 회화전이 아니다. 이들이 디자인한 단행본을 모은 전시회다. 서울 종로구 비봉길 삼성출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책이 된 예술, 예술이 된 책’ 기획전에는 유명 작가들이 디자인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책의 표지나 면지(표지 안쪽) 등을 꾸미는 장정(裝幀)은 주로 화가들이 맡았다.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주요 화가와 삽화가, 서예가 대부분은 책의 표지화와 삽화, 표지 글씨인 제자(題字) 작업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화가인 김용준 정현웅 길진섭 구본웅 남관 윤명로와 삽화가인 김용환 김영주 이승만 김세종을 비롯해 서예가인 김충현 김응현 손재형 등 작가 65명의 손길이 깃든 책 117권을 감상할 수 있다.
긴 뿔을 가진 동물 두 마리가 그려진 안수길의 소설 ‘제3인간형’(1952년) 표지는 김환기의 작품이다. 김기창은 윤영춘의 시집 ‘무화과’(1948년) 표지에 여백의 미를 살려 무화과 열매와 나뭇잎을 그렸다. 김기창의 아내인 화가 박래현도 장정에 참여했다. 조풍연의 ‘청사수필’(1959년)의 표지 디자인은 박래현의 작품이다.
이병도의 수필 ‘내가 본 어제와 오늘’(1966년) 표지는 그의 사위인 장욱진이 디자인했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1947년)의 장정은 동생인 박문원이 맡았다.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은 “우리 출판물이 구현했던 뛰어난 예술성을 감상하고 책과 예술의 새로운 융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말까지로, 이달 12일까지는 무료다. 관람료는 일반 3000원, 학생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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