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15년만에 앨범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손가락 부상딛고 68세에 전곡 녹음
“5개월간 진통제로 버티며 연주, 내가 했나 싶을 정도로 잘해”
“새 앨범을 내고,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15년 만에 새 앨범인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최근 발매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8)는 5일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오드 메종’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잘 나왔는지 모르겠다. 말하느라 사진 찍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너무 길게 말하는 것 아니냐”, “질문이 있으면 마음껏 질문하라”고 말하며 분방하게 기자회견을 이끌었다. 이번 앨범은 소나타 3곡, 파르티타 3곡 등 6곡을 2장의 CD에 담았으며 연주시간이 2시간 20분인 대작이다.
그의 마지막 앨범은 2001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함께 작업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그는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바이올린을 잡지 못했다. 다행히 손가락이 회복돼 2010년 다시 무대에 복귀했다.
“바이올린을 잡지 못했던 5년간 머릿속으로 바흐를 담고 있었어요. 꼭 녹음하고 싶어서 꾸준히 준비해 왔어요. 1974년 전곡 일부를 녹음했는데 그때는 준비가 덜됐다고 생각해 전곡 녹음을 미뤘는데, 42년 만에 꿈을 이룬 거죠. 이번 앨범은 제가 들어봐도 황송할 정도로 연주를 잘했어요. 이 연주를 제가 했나 싶어요.”
6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1967년 레번트릿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을 나와 앙드레 프레빈, 게오르그 솔티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했다.
그는 최근 아일랜드 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독주회를 취소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월부터 5개월 정도 진행된 앨범 녹음도 일흔을 바라보는 그에게는 강행군이었다.
“‘내일도 연주를 할 수 있을까’ 하며 걱정을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냥 ‘지금 할 수 있으면 하자’라고 생각하죠. 이번에도 녹음하면서 손가락 통증이 계속돼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어요. 결국 손가락 근육이 늘어나 지금 치료하고 있어요.”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다음 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을 갖는다. 또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과 함께 브람스와 베토벤 콘체르토를 녹음할 계획이다.
“체력은 문제없어요. 무대에 오르면 이상하게 즐겁고 힘이 솟아요. 저는 연주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에요. 당장 내일 연주를 못 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저의 뒤를 잇는 훌륭한 후배들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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