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불문하고 셔츠엔 유독 엄격하다. ‘소매 길이는 넉넉하게, 슈트나 재킷 질감에 맞는 소재를 골라야 하며…’ 따위의 고리타분한 룰. 그마저도 F/W 시즌이 되면 아우터에 가려져 존재감은 미미해진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다르다. 억압받던 셔츠가 더없이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로 베트멍은 오버 핏 셔츠에 단추를 풀어헤치고 단 한쪽을 삐죽 내놓아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을 연출했다. 비대칭 실루엣과 함께 완성된 구김은 더없이 쿨하고 멋져 보였다. 비정상적으로 긴 소맷자락을 선보인 셀린느의 와이드 커프스 셔츠도 마찬가지. 단추를 채우지 않은 채 스커트 안으로 쏙 밀어 넣어 관능적인 오프숄더 룩을 완성했다. 아크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는 동시에 일부러 엇갈리게 잠근 것. 평범한 흰색 셔츠가 스타일링 하나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런웨이 모델들처럼 셔츠를 죄다 풀어헤치고 스트리트를 활보할 순 없는 일이다. 적절한 대안은 패피들의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셔츠 단을 반만 집어넣은 연출은 ‘무심한 듯 시크한’ 스타일링의 고수로 보이게 한다.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가장 변화무쌍한 셔츠의 매력을 올가을이 가기 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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