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트렌드읽기]세계 1위 남성 화장품 소비국으로 등극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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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태평양(호주 포함, 미국 제외) 지역은 세계 남성 화장품 시장의 65%를 차지한다. 이 시장의 성장에는 한국 남성 소비자들의 기여도가 컸다. 한국 시장은 1990년대까지 존재감이 없었지만 올해는 최대 1조5000억 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남성 1인당 화장품 지출 비용(25달러)이 세계 1위라는 조사도 나왔다. 요즘에는 눈썹 왁싱숍(눈썹 손질하는 가게)에 남자들이 드나든다. 한국의 남성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화장하는 소비자가 됐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대체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모를 가꾸게 됐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남녀관계가 가진 특수성과 보편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보편성 측면은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 말년에 주창한 성 선택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가 남녀 간의 관계라는 얘기인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남자는 과시하고, 여자는 선택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한 남성의 경쟁이 인간사회 진화의 보편적 동기라는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그렇다면 한국인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가족의 끈끈한 관계에 기반을 둔 자아 관념을 형성한다. 부모는 자식을 자신의 일부로 여기고 아이들도 부모를 확장된 자아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다. 이것은 사랑하는 관계를 전제로 서로에 대한 간섭을 당연하게 여기게 하고 비독립적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남녀관계에 투영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국인과 사귀어본 외국인들의 반응을 취재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외국인들은 한국인 애인들이 세심하고, 배려가 좋은 대신 과도한 관심을 갖고 간섭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남자는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고, 한국 여자는 자신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주길 원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관심과 간섭이 자연스럽다 보니 남성의 화장품 사용량을 늘리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남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한국 여성들에게 과시하려는 욕구와 여성들의 넘치는 관심에 맞추기 위해 화장품을 많이 쓴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화장품#한국남성#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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