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삶 속에 살아 숨쉬는… 우리말의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3시 00분


◇우리말 절대지식/김승용 지음/600쪽·2만5000원/동아시아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지음/368쪽·1만6000원/어크로스
◇콩글리시 찬가/신견식 지음/340쪽·1만5000원/뿌리와이파리

‘트집 잡는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갓을 만드는 ‘갓방’에서 사진 오른쪽의 둥그런 틀에 댓살로 만든 양태(갓의 넓은 챙 부분)를 대고 중간 부분이 살짝 둥글게 올라오도록 인두로 조금씩 지져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트집 잡기’다. 트집을 잡으려면 모양을 꼼꼼하게 봐가며 흠이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동아시아 제공
‘트집 잡는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갓을 만드는 ‘갓방’에서 사진 오른쪽의 둥그런 틀에 댓살로 만든 양태(갓의 넓은 챙 부분)를 대고 중간 부분이 살짝 둥글게 올라오도록 인두로 조금씩 지져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트집 잡기’다. 트집을 잡으려면 모양을 꼼꼼하게 봐가며 흠이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동아시아 제공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에 관한 흥미로운 책들이 잇달아 나왔다. ‘우리말 절대지식’은 속담 사전이다. 책을 펼치면 지금은 널리 쓰이지 않아도 입에 착착 감기는 속담이 지천이다. 잊고 살기에는 너무나 재밌고 다채로운 말 문화의 향연이다.

  ‘나도 사또 너도 사또면 아전은 누가 하랴’(저마다 좋은 일만 하려 들면 궂은일은 누가 하겠냐는 말), ‘모처럼 능참봉을 하니 거둥(임금의 행차)이 한 달에 스물아홉 번’(‘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와 비슷한 속담)…. 평소 적절한 때에 ‘날리고’ 싶어지는 속담이 아닌가.

 옛 속담과 의미가 비슷한 현대 속담도 함께 써놨는데,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거들먹거리는 못된 양반을 비꼬아 이르는 ‘되지 못한 풍잠이 갓 밖에 어른거린다’는 속담은 현대식으로 ‘국개의원’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한 판만 하려다 엔딩 본다’, ‘제 똥 구린 줄 모른다’는 ‘니가 하면 비리 내가 하면 의리’다. ‘남의 집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현대식으로 뭘까? ‘너나 잘하세요’다.

 풍부하게 배치된 사진 300여 장은 때로 ‘쓸데없이 친절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속담에 등장하는 전통 농기구 등의 사진을 싣는 것 뿐 아니라 ‘빼도 박도 못한다’는 속담에는 비둘기가 길고양이 사료를 쪼아 먹으러 비닐 안에 들어왔다가 고양이가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 하는 사진을 실었다.

 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속담을 수집했다는 저자는 “속담 속 사물의 속성과 언어유희를 탐구해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했다.

 햇곡식, 햇밤, 햇사과처럼 올해에 난 것에는 ‘햇’이 붙는데 왜 쌀만 ‘햅쌀’일까? 옛날에는 쌀이 ‘j’이었기 때문이다. ‘i’는 ‘브스’에서 ‘ㅡ’가 없는 듯이 내는 소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찹쌀, 멥쌀, 입쌀, 좁쌀에서 앞 글자의 받침에 ‘ㅂ’이 쓰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책 ‘우리 음식의 언어’는 이처럼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말들의 다양한 기원과 용법을 파헤친 책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밥’ ‘백반’ ‘집밥’ ‘혼밥’처럼 밥과 관련된 단어를 통해 세태의 변화를 좇기도 한다.

 ‘콩글리시 찬가’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외래어나 콩글리시를 변호하는 책이다. ‘핸드폰’은 영어로는 셀 폰(cell phone)이 맞는, 대표적인 콩글리시다. 그러나 ‘핸드폰’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도 흔히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중국, 베트남, 몽골 등에서도 ‘손+전화’ 형태로 된 단어를 쓴다. 독일어도 영어 ‘핸디(handy)’를 같은 뜻으로 쓴다. 책은 “콩글리시도 한국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이라며 “굳이 꼭 영어에 맞춰 바꾸기보다 뜻이 잘 통하면 적절히 쓰면 된다”고 말한다.

 과자 이름인 ‘웨하스’가 일본식 어휘이니 영어 ‘웨이퍼(wafer)’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웨이퍼도 네덜란드어 ‘wafel’에서 나왔다고 한다. 와플(waffle)도 어원이 같다. 와플도 원래 네덜란드어 원 발음에 가깝게 ‘바펄’로 바꿔야 하느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다양한 언어들의 교류와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롭지만 다소 전문적으로 쓰여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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