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으로 책을 찾고 주문하여 받아 보는 온라인 서점이 대세다. 2014년부터 출판사 매출에서 주요 온라인 서점 매출 비중이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앞질렀다. 온라인 서점은 삶의 기억과 개인의 역사가 깃드는 장소로서의 서점은 아니다. 10년간 서점에서 일한 작가 루이스 버즈비가 그런 장소로서의 서점을 말한다.
“서점을 지배하는 무언의 규칙은 여타의 소매업을 지배하는 규칙과 전혀 다르다. 한참 동안이나 매장을 서성거린 후에야 겨우 책 한 권을 산다 해도 직원 중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서점에서는 얼마든지 죽치고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몇 시간씩이라도 말이다.”(‘노란 불빛의 서점’)
서점이 낭만으로만 기억되는 건 아니다. 1934년 11월부터 1936년 1월까지 런던의 헌책방에서 일한 작가 조지 오웰이 서점 현장을 증언한다. “초판 밝히는 속물들이 문학애호가들보다 훨씬 흔했고 싼 교과서 값을 더 깎으려는 학생들이 더 흔했다. 무가치한 책을 팔려고 오는 사람, 책 살 의향도 없으면서 대량 주문하는 사람, 비싼 책을 골라 꼭 남겨두라 부탁하고 오지 않는 사람….”(‘서점의 추억’)
헤르만 헤세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서점 견습생으로 며칠간 일하다가 그만두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튀빙겐의 서점에 취직한 다음부터 정신적 안정을 되찾으며 독서와 습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바젤로 옮긴 뒤에도 그곳 라이히 서점과 바텐빌 고서점에서 일했으니 ‘작가 헤세를 키운 건 8할이 서점’이었다. ‘서점원 헤세’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가 말한 서점 주인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 남성은 최선을 다해 책을 고르고 손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었으며, 또 작가나 독자에 대한 정성도 대단했습니다. 그의 피라미드는 다른 사람 눈에는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위대한 성취로 가득한 하늘을 향해 힘찬 도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젊은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1968년 국제출판협회(IPA)가 공표한 ‘도서 헌장’에 따르면 “도서는 단순히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상품만은 아니다. 도서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며 사고의 매체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 발전의 바탕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서점 헌장’으로 바꿔 봐도 좋겠다. “서점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장만은 아니다. 서점은 인간 정신 교류의 장이며 생각의 발전소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 발전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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