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히든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 이세돌 9단 ● 조한승 9단
57기 도전 4국 10 보(112∼123)

 백 16이 아까부터 노려 오던 수. 흑 ○ 두 점을 품에 안으려는 것이다. 이 돌을 잡으면 중앙에 10집 정도가 난다. 그러면 실리로는 흑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그러나 조한승 9단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뜸 들이지 않고 흑 17을 선수한 뒤 19로 붙여 간다. 백 20으로 참고 1도 1은 흑 6까지 백이 안 된다. 또 백 22 대신 참고 2도 1로 두는 것 역시 흑 2, 4로 응수가 막힌다.

 흑 23으로 흑 ○를 연결해 가자 중앙에 집을 짓겠다던 백의 작전은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일까. 천하의 이세돌 9단이 이 정도 수를 읽지 못한 것은 아닐 터. 이 9단은 흑 ○을 잡는 척 위협한 뒤 혹시 다른 걸 노리고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흑은 돛을 올리고 순풍을 맞으며 부드럽게 나아갔다. 백이 열심히 노를 저어가며 추격하는데도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제 이 9단이 갖고 있는 마지막 히든카드를 써야 할 시점이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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