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릉 내부에서 촬영, 실측, 유물 수습에 소요된 시간은 만 하루에도 못 미치는 불과 1박 2일의 철야 작업이었다. 한국 고고학사에 오래도록 남을 씻을 수 없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73)이 최근 출간한 ‘한국 고고학 백년사’(열화당·사진)에 쏟아낸 신랄한 반성문이다. 그는 “무령왕릉 발견은 ‘동아시아의 투탕카멘’으로 불릴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제대로 발굴했다면 몇 달은 족히 걸릴 작업이었다”고 썼다. 지 이사장은 1971년 무령왕릉, 1973년 천마총, 1988년 창원 다호리 고분 발굴에 모두 참여하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한국 고고학계의 원로다. 무령왕릉 발굴은 그가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로 고고학계에 막 발을 들여놓던 시기에 이뤄졌다.
지 이사장은 “1973년 천마총 발굴은 무령왕릉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으로 철저한 사전계획과 함께 수행됐다”고 적었다. 국가예산이 투입돼 문화재관리국 중심의 발굴단이 조직됐으며 경주와 부여, 공주 등 고도(古都)에서 유적을 집중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1880년 일본 학계의 광개토대왕비 조사부터 1980년대 경제개발에 따른 발굴 규모 대형화까지 고고학 100년사를 폭넓게 다뤘다. 특히 책 말미에 4대강 사업에 따른 발굴기관 급증으로 발굴이 부실화된 현상을 비판했다. 지 이사장은 발굴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구제 발굴(건설공사로 파괴될 위험이 있는 유적의 사전 발굴)의 국영 또는 공영화나 지방자치단체로 부분적인 관리 전환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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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2 13:02:00
마구잡이 발굴은 도굴과 다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