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밍더, 쉬신량, 룅궉훙, 쉬즈융…. 낯선 이름의 이들은 대만에서 국민당 독재와 싸우거나 중국 본토에서 민주화를 꿈꿨고, 홍콩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하는 등 각자 서로 다른 체제에 저항한 현대 중화권의 운동가들이다. 책은 이 같은 사람 20여 명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권위주의 시대를 겪고 민주화를 이룬 한국의 누군가를 보는 듯하다. 대만의 스밍더는 21세이던 1962년 느슨한 독서모임을 이끌다 체포돼 1977년까지 뤼다오(綠島) 섬의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다. 하루 30분만 햇볕이 드는 감방에서 버텼지만 가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출옥 뒤 재야의 대표적 잡지를 이끌다 체포돼 1980년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투옥 중 식사를 거부하는 그에게 당국은 4년 2개월 동안 코에 호스를 꽂아 강제로 음식을 주입한다. 1986년 정당과 언론활동 금지령이 해제되고 동지들이 속속 출옥하는 가운데에서도 스밍더는 “죄를 지은 적이 없으므로 사면도 거부한다”며 고독한 수감자가 돼 간다.
책은 진압과 체포, 백색 테러가 난무하는 시대를 돌파했던 저항자들의 내면에 천착한다. 때로 살아있는 화석처럼 보이거나, 여전히 영웅주의에 도취한 듯한 일면도 놓치지 않았다. 책은 “그들은 각자 한계가 있어서 새로운 시대에 자주 시대착오적 면모를 드러냈고, 심지어 자신의 신념을 배반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한때는 ‘어두운 시대의 샛별’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저자는 중국의 사회 참여적 작가로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중국어판 주간이다. 그는 “중국의 전통에서 정치권력과 지식권력은 고도로 통일돼 이의를 제기한 이들은 살아남기 힘들었다”며 “책을 통해 중국인의 저항정신을 찾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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