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신년 다짐 중 하나로 ‘꾸준한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를 꼽은 성인 남녀들에게 같은 해 연말 ‘그 운동 계획을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0∼100점 척도로 물었다. 40∼60점(32.1%), 20∼40점(31.0%), 0∼20점(18.5%) 순이었다. 60점 미만 ‘낙제점’을 준 응답자가 열 중 여덟이 넘는다(81.6%). 스스로 높은 점수(80∼100점)를 준 경우는 4%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운동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헬스클럽 및 수영장 등 운동시설에 등록(43.7%)했지만 그 운동 다짐을 송년회나 신년회 모임(37.7%), 추운 날씨(27.7%), 인사 배치나 새 업무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24.7%) 때문에 잘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말 똑같은 조사를 다시 해도 그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신년 다짐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난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난 왜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할까’ 하며 자책하거나 죄책감까지 느끼곤 한다.
임상심리학자 스티브 레빈슨 박사와 경영컨설턴트 크리스 쿠퍼가 함께 펴낸 ‘해내는 능력(The Power to Get Things Done·사진)’은 작심삼일에 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사람들은 ‘내가 성공하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안다. 건강하고 멋진 몸을 가지려면 열심히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걸 실천하지 못하는데 그때 필요한 건 자책이 아니라 전략”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동기부여(motivation)가 충분하면 실천은 저절로 될 것”이란 환상에서부터 깨어나라고 한다. 그건 특출한 능력과 의지를 가진 특별한 사람들(아웃라이어)의 얘기란 설명이다. 수많은 일반인은 동기부여만으로 실천을 이끌어낼 수 없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매일 헬스클럽을 가야지’라는 생각만으로 절대 지속적인 실천(헬스클럽 가서 운동하기)을 담보할 수 없다. 저자들은 “헬스클럽 개인 사물함에 ‘그 물건이 없으면 하루 생활을 시작할 수 없는 무엇’을 넣어 놓아라. 그러면 당신은 그 물건을 가지러 헬스클럽을 매일 갈 수밖에 없고, ‘이왕 왔는데 운동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선 출근 전 꼭 뿌리는 향수를 예로 들었다. 이 외에도 어찌 보면 황당하고, 어찌 보면 기발한 ‘실천 전략’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저자들은 “(성공을 위한 일을) 해낼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 방법(전략)은 아무리 이상해도 상관없다”고 조언한다. 한 비즈니스맨은 ‘매주 주요 고객 10명에게 전화하기’를 목표로 삼은 뒤 10달러(약 1만1000원)짜리 지폐 10장을 주초에 비서에게 맡기면서 “내가 10통 전화를 다 못 채우면, 그 못 채운 숫자만큼 10달러 지폐를 내 눈 앞에서 불태워라”고 지시했다. 또 집 안 청소를 해야 하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덜 친한 외부인사를 집으로 초대하는 전략도 소개했다. 그러면 집 안 청소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해내기(GTD·Getting Things Done)’는 자기계발서나 경영학 서적의 오랜 주제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데이비드 앨런이 2001년 저술한 같은 제목의 책은 한국에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란 제목으로 2002년 출간돼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해내는 능력’은 앨런의 GTD 이론을 개인의 실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양하고 기발한 전략(실천방법)은 직접 책을 읽고 습득하는 게 좋겠다. 여기서 다 소개하면 ‘책을 굳이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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