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촌지(寸志), 향응(饗應), 접대(接待) 등은 과연 사라질 것인가. 궁금하다.
촌지는 ‘손가락 마디만 한 뜻’, 즉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나 돈을 의미한다. 촌의(寸意) 촌정(寸情)과 비슷하다. 정겨운 말맛 때문일까. ‘변변치 못한 작은 성의’를 뜻하는 ‘미의(微意)’보다 널리 쓰이며 표제어에도 올랐다. 정도를 넘어 뇌물로 변할 때도 많지만.
‘더치페이(Dutch pay).’ 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이다. 한 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3·5·10룰’이 생기면서 자주 듣는 말이 됐다.
더치페이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접대 문화인 ‘더치 트리트(Dutch treat)’에서 온 말이다. 당시 네덜란드와 식민지 늘리기 경쟁을 벌이던 영국 사람들이 ‘대접하다’는 뜻의 ‘트리트’를 ‘지불하다’란 ‘페이(pay)’로 바꿔 부르며 네덜란드의 접대 문화를 비하했다.
국립국어원은 2013년 외래어인 ‘더치페이’를 대신할 우리말로 ‘각자 내기’를 선정했다. 알기 쉽고 말맛도 좋다. 허나 더치페이를 찾아야만 그 순화어가 각자 내기임을 알 수 있다는 게 흠이다.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엔 둘 다 표제어로 올라 있다.
갹출과 추렴이라는 우리말도, ‘와리칸’ ‘분파이’ 같은 일본말도 있다.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낸다는 ‘갹출’은 추렴으로 순화했고, 추렴은 더치페이의 순화어인 ‘각자 내기’에 자리를 내줬다. 정재도 선생(전 한글학회 명예이사)은 생전에 추렴의 원말로 올라 있는 ‘출렴(出斂)’은 있지도 않은 말이므로 ‘추렴의 잘못된 말’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리칸(割勘)은 ‘계산을 나눈다’는 뜻으로 각자 부담을 말하며, 분파이는 분배(分配)의 일본식 발음이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
‘돈내기’란 말을 아시는지. 돈을 내고 하는 내기나 노름 말고, 품삯을 미리 정하고 일정한 분량의 일을 하는 걸 뜻한다. 농번기 때 노동 시간과 관계없이 일한 만큼 돈을 받는 독특한 방식이다.
한턱내길 좋아하는 우리의 문화에서 보면 각자 내기는 왠지 낯설다. 더티페이(Dirty pay)라는 이도 있다. 쪼잔하게 보이니까. 그렇지만 좀더 맑은 사회를 위해 이제부터는 너나없이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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