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상원(왼쪽 사진)과 서태화가 내레이션으로 클래식 공연장 무대에 직접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롯데콘서트홀 제공
“빵보다는 물감. 제 형 빈센트 반 고흐는 항상 물감이 우선이었던 사람이었어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새하얀 캔버스를 눈앞에 두고 있노라면 빵보다는 물감을 먼저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져가는 그런 사람이었죠.”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의 ‘반고흐 오마주’ 공연. 배우 서태화가 시작 전 무대에 올라 내레이션을 시작했다. 15분간의 내레이션이 끝난 뒤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클래식 공연이 별처럼 쏟아지는 가을, 공연장에 내레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반고흐 오바주’ 공연은 깊이 있는 서사가 핵심이기 때문에 내레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음색이 탁월한 서태화가 낙점됐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공연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내레이션을 도입했는데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성악을 전공한 서태화도 공연 뒤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클래식 공연이어서 신선했다”고 했다.
14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극장4-돈키호테’에서도 배우 박상원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공연 형태가 클래식과 함께 무용수 연기와 영상 연출이 있었기 때문에 내레이션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는 영상이 나올 때 박상원이 돈키호테의 내용을 20분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중견 배우가 내레이션을 맡아 스토리에 대한 전달력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21, 22일 경기 수원의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도 내레이션을 위해 배우 김석훈과 이아현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멘델스존이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을 위해 작곡한 극음악이다. 희곡이 갖고 있는 매력과 특징을 살리기 위해 전문 배우를 섭외했다는 게 공연장 측 설명이다.
다음 달 2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J. S. 바흐: 창작의 세계’ 공연에서도 가수 겸 배우인 카이가 내레이션을 맡아 공연 중간에 영상과 함께 해설을 할 예정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해외에서는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음반에서 내레이션을 도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내 공연에서도 이런 시도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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