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이 코너에서 타악기 연주자들의 애환을 소개하면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에는 2악장에서 딱 한 번 심벌즈를 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 표현이 꼭 맞지는 않습니다. ‘어떤’ 연주에는 심벌즈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엄숙하게 시작된 악장은 차차 고조되어 클라이맥스에서 심벌즈의 강타와 팀파니, 트라이앵글까지 가세해 장엄한 소리의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렇지만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연주를 보러 갔다가, 심벌즈 팀파니 트라이앵글이 나오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다양하게 편집한 악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대 음악가들은 이 곡들에 ‘연주하기 곤란하다’, ‘효과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기 일쑤였고, 브루크너는 꾸준히 악보를 고쳤습니다. 심지어 ‘그 분야 전문가’들이 알아서 고치거나 바꾸어서 연주해도 상관없다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그가 죽고 세월이 흐른 뒤 교향곡마다 다양한 악보들이 남았고, 심지어 어느 것이 브루크너 자신이 고친 것인지, 어느 것이 남들이 고친 것인지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세기 들어 로베르트 하스, 레오폴트 노바크 같은 음악학자들이 자기 나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표준’ 악보들을 만들었습니다.
7번 교향곡의 경우 노바크 판이 널리 연주되는데 2악장 클라이맥스에 심벌즈와 팀파니, 트라이앵글이 불꽃같은 음향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지만 하스 판에는 이 악기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노바크 판을 사용할 때도 심벌즈 강타는 넣지 않는 지휘자들도 있습니다.
브루크너가 이 악장을 쓰다가 존경하는 바그너의 부음을 듣고 심벌즈 등을 악보에 추가했다고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팔랑귀였던 브루크너가 지휘자 니키슈의 충고만 듣고 어울리지 않는 음향을 추가한 것이므로 빼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요? 답은 듣는 사람 각자의 마음에 있을 듯합니다.
26,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독일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27일 공연에서 이 악단 명예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 지휘로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합니다. 심벌즈 등이 나오는 노바크 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