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늘 읽어야 할 책을, 계절을 따로 정해서 읽으라는 게 좀 우습긴 합니다만, 워낙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니 가을에라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정한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필독서 목록을 추천하라면 대부분 ‘논어(論語)’를 첫 번째로 꼽습니다. 이 책은 공자(孔子)와 제자들 간의 문답을 기록한 언행록입니다. 윤기(尹H·1741∼1826) 선생은 ‘독논어(讀論語)’에서 이 책 읽는 방법을 일러 주십니다.
논어를 읽을 때면 매번 제자들의 질문을 내가 질문한 것으로 여기고, 공자의 말씀을 오늘 내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라(讀論語, 每以諸弟子所問作己問, 而以夫子之言作今日耳聞).
선생은 논어를 읽을 때마다, 공자로부터 아득한 후대에, 이토록 먼 나라에 태어나는 바람에, 직접 곁에서 모시고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답니다. 얼마나 좋으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셨다는군요.
성인이 제자들과 문답하신 것도 본래 같은 날 하신 말씀이 아니다. 그렇다면 안연과 민자건이 전수받은 가르침을 자로와 자공은 함께 듣지 못했을 것이고, 자유와 자하가 여쭌 것을 염유와 자장이 모두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안에 따라 나아가 질문한 것에 대해 깨친 깊이는 저마다 다르고, 수시로 나아가 뵈었지만 말씀해 주신 상세함은 각각 달랐을 테니, 어찌 저마다 한스럽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지금 이 책 20편 안에는 그것들이 하나하나 상세하게 기록되고 빠짐없이 적혀 있어 미진한 것이 없다. 모두 거두어들이고 다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고, 이것은 얻지만 저것은 빠뜨리는 근심은 없으니, 이것이 후생의 큰 다행이 아니겠는가(有俱收兼聽之美, 無得此遺彼之患, 此非後生之大幸乎)?
공자와 직접 문답한 제자들보다도 더 많이, 빠짐없이 성현의 말씀을 접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다행이라는 말씀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깊어 가는 가을, 우리도 공자의 제자가 되어, 모든 문답 자리마다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논어를 찬찬히 한번 읽어 보는 것도 제법 훌륭한 여행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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