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우드 비츠 일렉트로닉스 대표는 3장의 앨범을 발표한 록밴드의 기타리스트 출신이다. 이후 ‘너바나’ 등 많은 밴드의 앨범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링을 맡았다. 인터뷰하기 전 제품 설명에만 30분 넘게 열변을 토하던 그는 “음악 이야기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츠 일렉트로닉스 제공
《“혼신을 다해 만든 음악을 사람들이 그저 그런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더라고요. 충격 받았죠. 사람들이 완벽한 사운드로 음악을 듣기를 원했어요.”
헤드폰·이어폰의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루크 우드 대표는 사운드에 관해 종교적이라고 할 만큼 집착을 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사운드’와 ‘완벽’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비츠 일렉트로닉스가 최근 출시한 ‘솔로3’ 무선 헤드폰. 애플의 아이폰7과 비슷한 색상이 눈에 띈다. 비츠 일렉트로닉스 제공 비츠를 모르는 사람도 ‘빨간색 케이블’ 하면 “아! 그 이어폰”이라고 알 정도로 유명하다.
비츠가 2008년 출시한 ‘비츠 바이 닥터 드레’는 칼국수 면발처럼 납작한 모양의 빨간색 케이블을 사용해 선풍적 인기를 불렀다. 이를 본뜬 제품들이 쏟아졌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헤드폰·이어폰 케이블은 검정이었어요. 저희는 케이블도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봤어요. 튀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개성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비츠는 2006년 음악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닥터 드레와 유니버설뮤직의 산하 음반사인 인터스코프의 지미 아이오빈 대표가 손잡고 만들었다. 이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2012년 비츠는 미국 헤드폰 시장의 64%를 점유했고 2014년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헤드폰 1위(46.1%)를 차지했다. 잠재력을 눈여겨본 애플이 2014년 30억 달러(약 3조3678억 원)에 비츠를 인수했다. 기타리스트 출신인 우드 대표는 음반 프로듀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마케팅, 기업 전략까지 담당했다. 그를 눈여겨본 아이오빈이 2011년 대표로 스카우트했다.
“세상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동영상이에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동영상이죠. 그 동영상의 음질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드는가가 우리의 역할이죠.”
비츠는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과 이들의 이름을 내건 한정판 제품 판매로 큰 효과를 봤다. 블랙아이드피스, 에미넘, 레이디 가가, 지드래곤 등 유명 가수부터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 수영선수 박태환 등이 비츠 제품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헤드폰·이어폰 업체이지만 스트리트 문화, 패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며 진화해야 해요. 스타 마케팅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이죠.”
그는 2004년 이후 이번이 15번째 한국 방문이다. 대중음악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해 한국 음악과 문화를 잘 알고 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드렁큰 타이거, 빅뱅 등이 개성을 찾아가는 단계였어요. 지금은 다양한 장르들이 인기를 얻고 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 드라마죠. 정말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요.”
최근 애플은 아이폰7 등 휴대전화에 이어폰 잭을 없앴다. 비츠도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해준 ‘빨간색 케이블’과 결별했다.
“빨간색 케이블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에요. 그만큼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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