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오케스트라’가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yeon72@donga.com
“좋아하던 골프까지 끊었다니까요.”
박종석 씨(46)는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직장인이다. 3년 전 회사에서 주최한 바자회에서 중고 첼로 하나를 10만 원에 구매했다. 사 두면 나중에 쓸모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그 첼로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줄 박 씨는 몰랐다.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전국 59개 아마추어·학생 오케스트라의 경연대회가 열렸다. 14일부터 열린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경연대회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는 꿈의 무대다. 12개 팀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정기공연을 열 수 있는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날 무대에 오른 ‘성미산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다. 2013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일부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박 씨처럼 취미로 악기를 배운 사람이다. 매주 수, 금요일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연습한다는 박 씨는 “첼로를 썩히기 아쉬워 첼로를 배웠고 혼자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 오케스트라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연습에 푹 빠진 그는 좋아하던 골프까지 끊었다. 박 씨는 악기는 평생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2학년인 큰아들과 중학교 1학년인 딸까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합류시켰다.
‘용인 칸타빌레 시민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김민태 씨(42)도 오케스트라 가족이다. 비올라를 취미로 배운 아내가 5년 전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1년 전 아내가 같이 해보자고 권유해 김 씨도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지는 4개월밖에 안 된 초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초등학생 두 아들도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아내와의 대화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 고효정 씨(40·여)는 초등학생 딸을 따라 오케스트라에 들어왔다. 고 씨는 “오래전에 놓았던 바이올린을 다시 배우면서 딸과 4번 정도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에는 머리가 희끗한 단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파시오네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정남철 씨(61)는 대학 교수다. 정 씨는 “취미로 배우다 한 달 전 합류했다. 혼자 연주할 때 몰랐던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만한 취미가 없다”고 말했다. 성미산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이자 최고령 단원인 오귀자 씨(65·여)도 “우리 나이 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취미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단원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대답은 한결같았다. “새 악보를 받았을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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