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권오병]제주에서 생긴 삶의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제주로 이주해 오기 전에는 나도 도심에서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조그만 회사를 꾸렸던 평범한 도시민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변화한 삶에서의 평범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삶을 바라보게 한다. 도심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조금만 여유를 찾아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의 생활로 이어졌고 이 변화를 선택하기 전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제주로 이주해 와서 처음 살았던 빌라의 16가구 가운데 4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거주하고 있는 이웃이 이제 몇 가구 되지 않는다. 나처럼 주변에 다른 거처를 찾아 이주했거나 직장 생활로 인해 다시 육지로 간 집도 있다. 그 빈자리에는 다시금 새로운 가정이 들어와서 새로운 이웃이 되었다. 그러한 이웃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해 ‘아빠 요리 대회’도 해보고 동네 해변에서 노을을 보며 직접 기른 채소로 저녁을 꾸리기도 한다. 또 동네 바자회에서는 직접 잡은 생선을 튀겨 팔아 동네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장만해 드리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도 한다.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때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라”고 조언한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전에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학교 공부만 해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기에 세상에 대한 공부는 아직 부족하다. 또한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는 학생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교내의 동아리나 기타 문학, 봉사 등 관심 있는 단체 활동을 많이 해보길 권한다. 또 이제는 대학과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돈을 벌면서 교환학생 프로그램, 해외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이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그러한 경험과 생활의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학생들에게 많이 얘기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변화를 요구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변화하기를 싫어한다. 나에게 있어 다행인 것은 생활의 변화를 크게 겪다 보니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한 번씩은 내가 너무 딱딱한 자세로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는 것이다.

 제주로 이주를 선택했을 때는 환경과 여유라는 단순한 것들에 치중하여 생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인데, 4년여가 지난 지금 돌아보면 생각지 못한 아주 많은 변화가 주위에 생겼다. 우리 가족의 경제생활 패턴도 달라졌고 생활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인, 먹거리, 볼거리 등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도심의 생활과는 차이가 있다.

 감히 지금은 말할 수 있다. 현재의 생활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인 여유를 조금 줄이더라도 짜임새 있는 준비를 통해 삶에 변화를 주어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변화를 선택하는 순간, 삶이 바뀌는 것도 순간이다.
 
― 권오병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 상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 이주#직장 생활#제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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