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면서 기능 강조… 한국 고가구와도 찰떡궁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전 세계서 호평 ‘북유럽 스타일’

군나르 아스플룬두
군나르 아스플룬두
 북유럽 디자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건 북유럽의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기후와 관련이 깊다. 북유럽은 긴 겨울과 짧은 여름, 혹독한 추위, 풍부한 자연자원을 갖고 있다. 긴 겨울에는 낮이 무척 짧다. 이런 자연환경이 그들의 실내 환경을 결정지었다. 그들에겐 멋보다는 따뜻함이 훨씬 더 중요하다.

 북유럽의 현대 디자인은 1920년대 탄생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에서 시작된 모더니즘 열풍이 북유럽 국가의 디자이너들에게도 불어닥쳤다. 모더니즘은 장식을 거부한 기능주의와 효율적인 생산을 목표로 한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텅 빈 벽, 금속 뼈대를 드러낸 의자, 유리 상판의 테이블, 철제 조명, 그리고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통창을 특징으로 한다. 모양은 네모반듯하고 하나같이 기하학적으로 엄격하다.

 북유럽 디자이너들은 이런 모더니즘을 자기 식으로 해석했다. 스웨덴의 군나르 아스플룬두 같은 디자이너는 금속 대신 나무를 깔끔하게 깎아 그 위에 가죽까지 덮은 의자를 디자인했다. 의자의 프레임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런 유기적인 선은 북유럽 특유의 자연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요제프 프랑크
요제프 프랑크
 또 같은 나라 출신인 요제프 프랑크는 직물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북유럽에서는 실내에서 따뜻함의 핵심인 카펫, 커튼, 담요, 쿠션, 덮개 같은 직물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 프랑크는 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한 수많은 패턴 디자인을 남겼다. 이런 패턴들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예쁘고 아름다우며 생동감이 넘친다.

알바르 알토
알바르 알토
 핀란드를 대표하는 알바르 알토가 디자인한 실내는 나무가 주재료다. 알토는 나무가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주는 재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 때도 나무를 썼지만 재료의 낭비를 되도록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원목보다는 저렴한 합판을 선택했고, 그것을 유연하게 휘는 기술을 개발해 가구를 디자인했다. 형태와 재료, 생산방법에서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을 따르되 그 결과는 차갑지 않고 따뜻한 것이 알토 디자인의 특별한 재주다. 알토는 또한 따뜻한 직물을 덮고 쿠션을 넣은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이 또한 독일 모더니즘과 차별화돼 인간적인 미를 지닌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북유럽 디자인과 디자이너는 역시 덴마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덴마크의 디자인은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아르네 야콥센은 합판과 금속을 결합한 대량 생산형 가구를 디자인했다. 매우 단순하고 간결하면서 강한 개성을 지닌 가구들이다. 핀 율은 조각에 가까운 복잡한 프레임을 가진 고급 가구를 디자인했다. 그의 가구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며 최고의 장인이 제작했다. 한스 베그네르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지만 좀 더 단순하고 담백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카레 클린트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주름 잡힌 아름다운 조명을 디자인했다.

 북유럽 디자인은 전후에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알록달록한 직물과 푹신한 소파, 따스한 감성의 의자와 테이블은 합리적인 모더니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말은 독일 중심의 모더니즘이 지나치게 낯설고 과격한 반면 북유럽의 모더니즘은 전통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기능주의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장점을 흡수했다는 뜻이다.

 195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북유럽 스타일이 주도하게 된다. 일본에서도 북유럽 디자인은 그들의 감성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고가구와 북유럽의 가구는 잘 어울리는 편이다. 세계의 기후 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북유럽 스타일은 현대의 고전으로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다.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kshin2011@gmail.com
#셀프 인테리어#북유럽 디자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