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피할 수 없는 삶의 고통 흔들리는 나를 잡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3시 00분


[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지음/이시형 옮김/246쪽·1만2000원/청아출판사

 ※지난 일주일 동안 286편의 독자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홀로코스트. 나치의 유대인과 관련된 만행들은 ‘안네의 일기’를 통해서 조금은 알지만, 그쪽으론 관심을 가지지 못해 깊게는 알지 못한다. 잔인하고 슬픈 일은 꺼려지는 마음 때문이기도 할 테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그런 잔인한 부분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노역을 하며 직접 당하고 겪은 경험담과 자신이 창안한 ‘로고테라피’에 대해 들려준다. 사람이 어떻게 현실에 적응하고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래도 변치 않는 것은 있다는 걸 일깨우면서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알려준다.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 할까,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할까. 물론 수용소에서 능동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시키는 대로 하고 주어지는 대로 받아야 한다. 수동적으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마음만은 내 것이니 무엇을 하든 삶의 의미를 가지라고. 가령 완성하지 못한 글을 어떻게든 완성하겠다는 꿈을 꾸는 등 어떤 일을 하든지 의미를 부여하고 인생에 대한 의지를 북돋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지를 굳건히 다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 닿았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만약 피할 수 있는 시련이라면 그 (시련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행동이다. (…) 인간이 시련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피할 수 있는 시련은 피하는 게 맞겠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을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련으로 인해 앞으로 가고 싶어도 나아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흘러가는 대로 적당히 살기보다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대로 살 수만 있다면 우리가 늘 바라 마지않는 행복이란 것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듯하다. 삶의 의미를 찾아 계속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김정주 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구길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안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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