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의 호모부커스]베스트셀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표정훈 출판평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베스트셀러 목록의 효시는 1895년 미국 문예지 ‘북맨’에 실린 ‘이달의 도서 판매’다. ‘베스트셀러’라는 영어 단어는 1889년 미국 신문 ‘캔자스 타임스앤드스타’에 처음 등장했다. 우리 땅에서 ‘베스트셀러’의 초기 용례는 1937년 8월 22일자 동아일보에서 볼 수 있다.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점자(點字)본 간행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나온다. 이 소설은 1936년 여름에 출간돼 그해에만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서적상 집계에 바탕을 둔 본격적인 목록은 1913년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시작했다.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로는 1942년에 시작한 ‘뉴욕타임스 북리뷰’가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부터 민간단체 한국사회통계센터가 집계하기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 1962년 9월 당시 전집은 을유문화사와 정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1, 2위였고 소설은 일본 작가 이시자카 요지로의 ‘가정교사’와 김동성이 번역한 ‘금병매’가 1, 2위인 가운데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이 3위였다.

 베스트셀러 집계가 이뤄지기 전 시대에도 베스트셀러는 드물지 않았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1759년), 장 자크 루소의 ‘신 엘로이즈’(1761년), 영국의 로런스 스턴이 쓴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생애와 의견’(1760∼1767년), 그리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 18세기 유럽의 소설 4대 베스트셀러이다. 미국에서는 독립혁명의 당위를 강조한 46쪽 분량의 소책자, 토머스 페인의 ‘상식(common sense)’이 1776년 출간 석 달 만에 10만 부가 팔렸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도 많다. “단지 유명하다는 사실이 유명한 책.” “많이 팔렸어도 읽은 사람은 드문 책.” 1985년 ‘뉴리퍼블릭’지는 판매 전 베스트셀러 도서 70권의 책갈피에 현금 5달러 교환 쿠폰을 끼워 넣었지만 판매 뒤 현금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책을 샀다고 해서 꼭 펼쳐 읽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이 얄궂은 실험으로 증명되었다고 할까.

 판매량 집계의 정확성이나 순위 산정의 객관성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 베스트셀러.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는 대중의 집단적 욕망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거울이며 시대의 민감한 중추를 건드려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베스트셀러#퍼블리셔스 위클리#비판#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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